첫째, 미국의 은행 규제 및 정책 불확실성. 시장은 은행 규제를 일종의 긴축 리스크로 보고 있다. 예전만큼 상업은행이 자유롭게 자기자본 투자를 하지 못한다면 자산시장을 넘나드는 유동성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둘째, 중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지급준비율을 올리면서 긴축의 속도와 강도에 시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셋째, 그리스를 시작으로 한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이 10%를 넘는 상황에서 자체 해결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유럽 전체에 재정긴축 바람이 불면서 또 다른 형태의 긴축 악재로 도사리고 있다.
여기에 우리 시장 내부의 수급 불안까지 가세해 주가 급락을 부채질했다. 신용거래 잔액이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하면서 외상거래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중소형 테마주는 외상거래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칫 매물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외국인투자가들도 최근 들어 순매수와 순매도를 반복하며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한국 대표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기대 이상이다. 대외 불확실성으로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는 못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확보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신흥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인상적인 실적을 발표했다.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 사태와 생산 중단으로 흔들리는 것도 현대차 쪽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삼성전자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연간 매출 136조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이 호전되는 점도 고무적이다. 한편 주가 급락으로 한국 시장의 가치 대비 저평가 매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코스피 1,600을 기준으로 시장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9.6배. 최근 5년간 PER가 8∼12배 수준에서 움직였음을 고려하면 주가 반등 여지가 충분하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