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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Q|김현식20주기의해…그가그립다] 술이 떡이 된 채 부른 ‘이별의 종착역’

입력 | 2010-02-01 07:00:00

□ 우리가 기억하는 친구, 김현식




□ 우리가 기억하는 친구, 김현식

내 친구 김현식….

70년대에 20대를 함께 보내고, 그가 9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곁에 있었던 동료들은 김현식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룹 신촌블루스의 멤버 엄인호는 까마득한 옛날이 된 70년 서울 신촌 대현시장 내 한 막걸리 집의 풍경을 떠올렸다.

“개그맨 (전)유성이 형이 노래 잘 하는 친구라며 데려온 게 김현식이었죠. 그때부터 쭉…. 권인하며, 한영애며 다 신촌블루스로 맺어진 동지들.”

○ 엄인호가 기억하는 ‘이별의 종착역’

“나 죽으라고?” 엄인호는 녹음을 막 끝내고 스튜디오를 나서며 김현식이 건넨 그 말이 아직도 내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 친구 참….” 엄인호는 다소 씁쓸함이 묻어나는 웃음소리로 이에 얽힌 사연을 풀어냈다. 89년 신촌블루스는 옛 노래들을 블루스로 재해석한 3집을 발표했다. 녹음이 한창이던 어느 날, 김현식이 아들 손을 잡고 스튜디오에 들렀다. 엄인호가 부르려다가 김현식이 부르는 게 낫겠다싶어 “한번 해보라” 했더니…. 그때도 “술이 떡이 됐던” 김현식은 자신도 “좋아하는 노래”라며 가사지 하나만 들고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녹음은 역시나 단 한번에 완벽하게 끝. 그렇게 탄생한 노래가 신촌 블루스 3집 수록곡인 ‘이별의 종착역’이었다. 가장 ‘절친’이었던 만큼 술도 가장 많이 마셨던 사이. 엄인호는 “그 친구는 그렇게 갔고, 나는 이렇게 남았다”고 했다.

○ 권인하가 기억하는 ‘비처럼 음악처럼’

김현식, 강인원과 함께 부른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말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비처럼 음악처럼’에 얽힌 그 때를 떠올렸다. 김현식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무대였을 것”이라며 권인하는 “90년 MBC 라디오 프로그램 ‘2시의 데이트’ 공개방송 현장이었다”고 기억했다. 당시 두 사람이 나란히 무대에서 부르려 했던 노래가 ‘비처럼 음악처럼’이었다. 그러나 김현식은 그 노래를 다 못 부르고 무대에서 쓰러졌다. 권인하는 김현식을 ‘영원한 자유인’이라고 했다. 20년이 흐른 지금에도 그의 존재가 팬들에게 생생히 살아있는 이유는 혼을 담아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자기 뜻대로 살았던 영혼의 소유자였지요. 제가 아는 김현식은 ‘자유인’이었습니다.”

○ 한영애가 기억하는 ‘꿈 속의 김현식’

“꿈에 와서도 그는 노래만 하고 감.” 가수 한영애가 기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김현식은 누구였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녀의 노래만큼이나 한영애의 소통 방식은 이렇듯 함축적이면서도 강렬했다. 덧붙여 그녀는 김현식을 “강력한 소리의 가수”라고도 했다. “노래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