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임에 한숨… 폭행에 눈물… 이주노동자 곁엔 그가 있다노동문제서 교육-복지까지 13년째 ‘인권 지킴이 대부’업체 고소-협박 시달려도 산업연수생제 폐지 등 헌신
지난달 28일 경남 창원시 팔룡동 경남이주민사회센터의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에서 이철승 목사(가운데)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다. 창원=강정훈 기자
경남 창원시 팔룡동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장인 이철승 목사(46)는 ‘외국인 노동자 인권지킴이 대부(代父)’로 통한다.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노동자 곁에는 어김없이 그가 있기 때문이다.
임금체불, 산업재해, 폭행 등 노동 문제 상담부터 생활법률, 교육, 의료, 복지사업까지 벌이고 있는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1998년 이 목사가 세웠다. 상담소는 매년 수천 건의 상담을 받고 해결에 나선다. 지난해 STX 후원으로 문을 연 창원 다문화어린이도서관 위탁경영도 맡고 있다. 설, 추석, 노동절에는 이주 노동자와 함께하는 축제를 열고 이주민 한국어 교육도 맡는다.
신학교를 졸업한 뒤 창원공단 노동자 인권 상담을 하던 그가 이주노동자 인권지킴이로 나서게 된 것은 1997년 한 파키스탄 산업연수생의 호소를 전해 듣고부터다. “알레르기가 심하지만 건강보험 혜택이 안 돼 병원에 못 간다. 일은 너무 힘든데 임금이 형편없어 끼니 챙기기도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27일 만난 그는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가 미흡한 제도와 배타적인 인식, 사회적 편견 속에서 고통 받는 것을 보고 이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상담소를 세운 뒤 가장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분야는 고용허가제 도입과 불법체류를 부추기는 산업연수생제도 폐지. 2003년에는 외국인 노동자 2명의 위임을 받아 현행 산업연수생제도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정부는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했고 2007년 산업연수생제를 폐지했다. 이 목사는 최근에는 이주노동자 강제추방정책 반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이는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장기간 어려운 길을 걸었지만 보람도 많았다. “2001년 방글라데시 출신 불법체류 노동자인 밀론 씨가 뇌출혈로 쓰러져 병간호를 하고 있었어요. 불법체류자라서 아무런 도움도 못 받았죠. 식물인간 상태인 그가 내 손을 꼭 잡더군요. 가족에게 데려다 달라는 부탁 같았어요.”
그를 고향으로 보내는 데 필요한 비용 5000만 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6개월간 모금운동을 벌인 끝에 그를 가족 품에 안겨줬다. 당시 방글라데시 언론은 이 목사를 ‘국경을 초월한 한국의 인도주의적 사랑의 손길이 방글라데시 생명을 구했다’고 소개했다. 이슬람국가인 방글라데시가 한국인 목사를 극찬한 것도 이례적이다.
2005년 이후 그는 외국인 노동자 정책과 노동실태 고용허가제 등을 담은 책과 논문을 6편 냈다. 그가 파악한 정부 다문화정책 수혜 대상자는 116만 명 정도. 결혼이민자가 20만여 명, 주한미국인과 상주 외국인이 15만여 명, 나머지 80만여 명은 외국인 노동자다. 그는 “결혼이민자와 상주 외국인에 대한 정부 정책은 괜찮은 편이지만 외국인 노동자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들에 대한 배려를 담은 다문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창원=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