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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SCHOOL DIARY]“오, 그분은 제2의 아버지, 나의 정신적 지주”

입력 | 2010-02-02 03:00:00


“일(어)나라, 공부해라!” “니(너) 그라면(그렇게 공부 안 하면) 평∼생 대학 가지 마라!”

고등학교 2학년 성모 양(18·충남 당진)은 좋아하는 인기강사의 구수한 사투리를 담은 휴대전화 모닝콜로 아침잠에서 깬다. “아이고∼이 자슥(자식) 계속 자네’ ‘평∼생 누워 눈 감고 있어라” “이 상황에서 잠이 오나” 등 강사가 인터넷강의(이하 인강)나 현장강의 때 자주 날리는 ‘독설’로 구성된 모닝콜을 다양한 버전으로 인터넷 팬 카페에서 내려받아 애용하는 것. 휴대전화 바탕화면에는 이 강사가 단호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지목하는 사진과 함께 ‘1분이 아깝다’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얼마 전 성 양은 3시간 넘게 걸려 이 강사가 있는 학원을 찾았다. 본격적인 대입준비에 앞서 강사를 직접 보고 수능 필승 결의를 다지기 위해서다. 따뜻한 떡과 직접 쓴 편지도 준비했다. 단 10분 동안 강사를 만난 성 양은 “선생님께서 ‘용기 내라,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온 몸에 전율이 흐르면서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학원가와 온라인학습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스타강사’의 인기는 연예인 못지않다. 강사에게 푹 빠진 학생들은 강의를 듣기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 기다리거나 수십만 원짜리 인강 자유이용권을 구입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이들은 왜 스타강사에 열광할까.

전북의 한 고등학교 2학년인 박모 양은 겨울방학동안 집을 떠나 서울 할머니 댁에서 생활한다. 2년 전부터 푹 빠졌던 한 강사의 ‘명품 인강’을 현장에서 직접 듣기위해서다. 수강신청 과정도 쉽지 않았다. 온라인 신청은 받지 않는 바람에 서울에 사는 친척이 오전 5시부터 학원 앞에서 기다려 등록에 성공했다. 한 번이라도 더 강사와 눈을 마주치고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박 양은 수업 두 시간 전 학원에 도착한다. 박 양은 “방학이 끝나면 현장강의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워 선생님의 강의를 무제한 반복해 들을 수 있는 인강 프리패스(한 강사의 강의를 1년 동안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이용권)를 50만 원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수만 명이 회원으로 있는 스타강사의 인터넷 펜 카페는 연예인 팬 카페 못잖다. 강사의 스케줄, 사진, 휴대전화 알람·벨소리로 사용할 수 있는 강사의 음성파일, 강사에게 보내는 편지글, 학습법, 어휘·문법 파일 등 정보와 마음이 소통하는 공간이다. 강사가 직접 올려놓은 글에는 ‘선생님 사랑해요. 존경해요’ ‘선생님 한번 볼 수만 있다면 저는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예요’ ‘요즘 (공부)패턴이 무너지고 있었는데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등 댓글이 수십, 수백 건씩 달린다.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나 검색 사이트에 강사와 관련된 부정적인 글이 오르면 ‘선생님은 그럴 분이 아니다’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내가 증명할 수 있다’며 댓글을 다는 데도 적극적이다.

일부 학생은 강사를 ‘제2의 아버지’ ‘정신적 지주’ ‘여신’이라고 부르며 경외를 표하기에 이른다. 이들에게 강사의 말 한마디는 곧 ‘법’.

비상에듀 외국어영역 이충권 강사의 팬인 재수생 한호창 씨(20)는 독서실 책상에 이 강사의 사진을 붙여놓았다.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강사가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유독 잠이 많은 한 씨는 “인생에 성공한 사람들은 하루 4∼5시간 자고도 잘 생활한다. 수험생이 피곤하다고 7시간씩 퍼져 자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강사의 말에 그날로 잠을 4시간으로 줄였다. 인강을 등록한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40개 강의를 모두 들어 처음으로 ‘완강’(연속된 강의를 모두 들어 끝내는 것)을 경험했다. 한 씨는 “외국어 6등급이었던 내가 3등급까지 성적을 올리고 영어의 체계를 알게 해준 선생님의 강의력과 학생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해주시는 인생이야기,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상담신청에도 언제나 환영해주는 인간적인 모습 때문에 선생님을 인생의 아버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