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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성장주, 연인으론 괜찮지만 배우자 삼기는…

입력 | 2010-02-02 03:00:00


최근 주식시장 조정국면에서 이른바 테마주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우리 증시에서 테마주라는 말에 명확한 개념규정은 없지만 대체로 성장주를 지칭할 때가 많다. 최근 관심을 끌었던 ‘원전 테마’, ‘3D 테마’, ‘태블릿PC 테마’ 등도 향후 성장 가능성에 투자자들이 높은 점수를 주면서 주가가 많이 올랐다. 기업의 과거 성과보다는 ‘미래에 대한 꿈’을 사는 것이 주식투자의 본질이라고 할 때 성장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광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미래의 성장산업을 제대로 골라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전문가 집단도 예외가 아니다. 전혀 새로운 산업이 부각되면 해당 산업에서 앞으로 창출될 현금 흐름을 추정하는 일은 힘든 작업이다.

그래서 성장주를 ‘개념주식(Concept Stock)’으로 부르기도 한다. 당장의 기업실적보다는 성장주에 내재해 있는 특정 개념을 투자자들이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주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닷컴 열풍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떠들썩했던 당시 사회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2005년 바이오 주식 열풍도 당시 황우석 교수에 대한 한국 사회의 열광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새 시대에 대한 열망, 바이오 기술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자들로 하여금 인터넷과 바이오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했고 이는 주가 폭등으로 귀결됐다. 성장주 투자는 실체보다는 개념 수용의 문제다. 본질적으로 심리적 영역이다. 따라서 실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기존 종목들보다 성장주의 주가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인간의 예측에는 한계가 있고 사람의 마음은 늘 변한다.

현재 거론되는 테마들이 미래 경제를 이끄는 중심 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산업 전체의 성장과 산업 내 개별 기업의 성장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에서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증시에 도입됐던 것은 1997년이다. 미국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증시 상장이 시작이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인터넷 세상에 살고 있다. 상거래도, e메일이나 채팅을 통한 일상적 소통도 주로 인터넷을 통해서 한다. 10여 년 전 닷컴 주식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꿈꿨던 세상이 실제로 열린 것이다.

하지만 정작 과거의 인터넷 기업들은 현재 인터넷 세상의 수혜를 누리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1999∼2000년 코스닥시장에서 닷컴 기업으로 각광받았던 종목들 가운데 현재까지 살아남은 종목은 많지 않다. 산업은 성장할 수 있지만 모든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성장주는 가슴 뛰는 연애 상대일 순 있어도 오랜 기간 함께 살아갈 배우자가 되기는 힘들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