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전국의 왕실 도서를 통합했을 때 장서 수는 10만여 권에 이르렀다. ‘학문의 나라’ 조선다운 방대한 분량이었다. 이 책들은 ‘제실도서(帝室圖書)’로 명명됐다. 그러나 규장각은 1910년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과 함께 폐지되고 제실도서는 조선총독부로 넘어갔다가 1923년 경성제국대학으로 이관됐다. 이 가운데 과거에 오대산 사고(史庫)에 보관됐던 조선왕조실록은 일본 도쿄대로 반출된 뒤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대부분 소실됐다. 나라가 망하면서 우리의 귀중한 국가 자료들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됐고 일부는 외국으로 반출됐던 것이다.
▷제실도서 일부가 일본 궁내청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교 경전과 의학서적 등 38종 375책에 이른다. 조선 임금이 신하들과 정기적으로 유학 강의를 듣던 행사인 ‘경연(經筵)’에 쓰였던 서적도 보유하고 있다. 일본 궁내청은 일본의 왕실을 관리하는 정부기관으로 사실상 일본 왕실이 이 책들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이외에 일본 왕실은 조선왕조의궤 등 79종 269책을 소장하고 있음이 이미 확인된 바 있다.
홍 찬 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