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개막이 다가오면서 아들을 향한 어머니 마음은 간절하면서도 더 애틋해진다. 스피드스케이팅의 희망 이규혁의 역주모습. 작은 사진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 함께한 이규혁(왼쪽)과 어머니 이인숙 씨, 동생 이규현. 이규현은 피겨 코치로 밴쿠버올림픽에 나선다. 스포츠동아DB
따뜻한 밥한끼 준 게 전부
혹시 다치기라도…
전화 안받는 자식 걱정에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은 같았다
“아들아!
건강하게 돌아와 다오”
남자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 이규혁(32·서울시청)의 어머니는 피겨선수출신인 이인숙 씨. 지도자로 4번이나 올림픽에 나섰기에 아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인숙 씨는 “(이)규혁이를 낳기 1주일 전까지도 빙판에서 제자들을 지도했으니 규혁이는 엄마 뱃속에서도 스케이트를 탄 셈”이라고 했다. 남다른 유전자를 타고 났기에 13세에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던 아들. 어머니는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하니 아들보다 더 떨리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주말, 고된 훈련을 마치고 잠시 집을 찾은 아들. 어머니는 아들이 좋아하는 생선반찬을 준비하며 아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의 숫자는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굴비 한 젓가락을 얹은 밥 한술. 그것이 장도를 떠나는 아들에게 어머니가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남들은 모두 “금메달”을 외치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달랐다. 홍 씨는 차분한 목소리로 “메달도 좋지만 건강하게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남자쇼트트랙대표팀 이호석(24·고양시청)의 어머니 한명심 씨의 마음은 1일 오후부터 답답했다. 10번도 넘게 전화를 했지만, 아들은 묵묵부답. ‘혹시 다치기라도 한 게 아닐까?’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2일 오후가 돼서야 날아온 아들의 문자. “엄마,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놓고 잤어요.”
가슴을 쓸어내린 어머니는 “그 마음을 알기에 서운하지 않다”고 했다. 한 씨 역시 최근 시간이 날 때마다 불공을 드린다. 특히, 바라는 것은 단체전 금메달. 라이벌이기도 한 동료선수들의 어머니들과도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이 잘 되면 물론 좋지만, (성)시백이도 잘 됐으면 합니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은 다 같으니까요.”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