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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부상 하승진 “내 탓이기에…”

입력 | 2010-02-03 03:00:00


KCC 하승진(25)은 요즘 죄인이라도 된 심정이다. 왼쪽 종아리 근육 파열로 정규시즌 출전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부상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기에 죄책감이 심했다.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지난달 30일 올스타전 이벤트 경기에 나섰다가 아픈 데를 또 다쳤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팬들을 즐겁게 하려고 상대 수비수 이승준(삼성)의 머리에 공을 맞힌 뒤 레이업슛을 하다 통증을 호소했다.

“누구를 탓하겠어요. 다 내 탓이죠.”

다리에 깁스를 한 하승진은 경기 용인 KCC 숙소에서 외부와 접촉을 끊은 채 두문불출하고 있다. 최형길 KCC 단장은 “아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3일 KT&G와의 경기에서 같은 부위에 부상을 당한 그는 나흘 뒤 27일 KT와의 경기를 앞두고 출전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코트에 나서는 투혼을 발휘하며 승리를 이끈 뒤 “기적처럼 아픈 게 사라졌다. 올스타전에서도 나를 보러 오는 팬들을 위해 뛰겠다”고 말했다. 허재 KCC 감독은 “무리해서는 안 된다”며 하승진을 막았지만 출전 의사를 꺾을 수는 없었다.

흔히 올스타전은 귀찮은 가욋일쯤으로 여겨 출전을 기피하는 스타들도 많다. 한국과 일본프로야구에서는 부상을 핑계로 올스타전에 빠졌던 선수가 정규 경기에서는 펄펄 날아 이런저런 징계 방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반면 하승진은 몸을 사려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상황이었는데도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려다 탈이 난 셈이다. 평소 그는 팬 서비스에 적극적이며 특유의 쇼맨십으로 이런 행사에서는 튀는 행동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팬들은 더욱 안타까워하고 있다.

하승진은 6주 진단을 받아 당분간 코트를 떠나게 됐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KCC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은 물론이고 팬들에게도 미안함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고개를 숙인 채 벤치를 지키게 된 하승진은 무엇보다 자기 관리의 중요성만큼은 실감할 것 같다. 한결 성숙해져 코트로 돌아올 그를 기대해 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