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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衆惡之라도 必察焉하며 衆好之라도 必察焉이니라

입력 | 2010-02-03 03:00:00

여러 사람이 그를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고 여러 사람이 그를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는 일생 남을 평가하고 또 남에게 평가받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남을 사심 없이 공정하게 평가하는가. ‘논어’ ‘衛靈公(위령공)’의 이 章에서 공자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나 뭇사람의 부당한 논단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상대방의 인격을 정밀하게 살펴보라고 권고한다. 차근차근 살펴보는 일. 이것이야말로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방법일 것이다. 衆은 다수의 사람이다. 惡(오)는 嫌惡(혐오)로 좋아할 好와 상대된다. 察은 眞相(진상)을 상세하게 관찰하는 일이다.

사람 가운데는 남에게 아첨하고 무리 짓기 좋아하는 阿黨比周(아당비주)의 소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正大함을 믿고 홀로 우뚝한 特立獨行(특립독행)의 군자도 있다. 그렇기에 世論만 따르다가는 사람에 대한 평가를 그르치기 쉽다. 심지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호인이라고 일컬어지지만 내면의 덕을 갖추지 못한 鄕原(향원)을 군자로 오인하기 쉽다. 그래서 공자는 인재를 등용해야 하는 사람은 뭇사람의 好惡(호오)에 현혹되지 말고 진상을 살펴서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맹자는 그 가르침을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좌우의 측근들이 모두 유능하다고 말해도 아직 안 된다. 여러 대부가 모두 유능하다고 말해도 아직 안 된다. 나라 안의 사람들이 모두 유능하다고 말한 연후에 살펴보고서 정말 유능한지 확인한 뒤에 그 사람을 임용해야 한다.”

인재 등용의 문제만이 아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鄕原을 멀리하고 特行의 인사를 가까이 하기 위해 사람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 공자는 ‘里仁(이인)’에서 “오로지 仁者라야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고 사람을 미워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남을 평가하려면 내 마음부터 公平無私(공평무사)해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