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김정일과 카스트로가 경제위기를 만났을 때’(저자 신석호 동아일보 기자·북한학 박사)에 나오는 픽션이다. 저자는 북한과 쿠바를 여러 차례 방문 취재한 사실을 토대로 두 나라의 경제회복 노력을 비교분석했다. 쿠바는 1959년 카스트로의 공산혁명으로 친미(親美)정권이 붕괴된 뒤 50년간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베네수엘라 중국 등의 지원 아래 경제위기 극복에 매진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래 먹는 문제마저 해결 못하는 북한과는 사정이 다르다.
▷1994년 카스트로는 프랑스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옥에 떨어져 마르크스와 엥겔스, 레닌과 만나게 될 것이다. 지옥에서 당할 뜨거움 같은 것은 실현될 수 없는 이상을 계속 기다려온 고통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빵’을 찾아 떠나는 미국행 난민행렬에 대해서도 “가난한 인민이 부자 나라로 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혁명 35주년, 그의 나이 67세 때 한 이야기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