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하늘에 대한 관심을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바꾸었다고 일컬어진다. ‘先進(선진)’에서 자로가 죽음에 대해 묻자 공자는 “사람답게 사는 일도 다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말하겠느냐?”고 한 바 있다. 그리고 여기서 공자는 “사람이 도를 넓혀 크게 한다”고 인본주의 사상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때의 道는 추상적인 실체라기보다는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道德(도덕) 같은 것을 말한다. 공자의 관점에 따르면 사람 바깥에 도가 없고 도 바깥에 사람이 있지 않기에 도가 없으면 사람이라 할 수가 없다. 이것은 ‘중용’에서 “도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말과 통한다.
그런데 주자는 心(심)을 사람에게 영속시키고 性(성)을 道에 영속시켜 人心(인심)에는 知覺(지각)이 있으나 道體(도체)에는 作爲(작위)가 없기 때문에 사람이 道를 크게 할 수는 있어도 道가 사람을 크게 할 수는 없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정약용은 만일 性을 道에 영속시킨다면 道體란 지극히 크고 끝이 없거늘 어떻게 사람이 그것을 축소하거나 확대할 수 있다고 하겠으며, 사람이 도를 배우면 덕의 마음이 드넓어지고 나날이 빛나 커지거늘 어떻게 도가 사람을 크게 할 수 없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귀류법을 통해서 정약용은 心을 사람에 영속시키고 性을 道에 영속시키는 관점이 옳지 않다고 배격하고, 弘道란 성인이 태어나서 천하에 道를 넓히는 사실을 가리킨다고 보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