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세계화” 한계 모르는 ‘팔색조’
여성 국악그룹 ‘미지’의 데뷔 앨범 ‘챌린지’. 해금과 생황의 대화가 매력적인 ‘러브 레터’, 피리와 대금이 드럼과 조화를 이루는 ‘초원의 바람’ 등이 실렸다. 사진 제공 로엔엔터테인먼트
“국악계 ‘소녀시대’라고요? 나쁘지 않아요. 호호. 소녀시대가 얼마나 열심히 해왔겠어요. 그들은 톱(Top)이잖아요.”(이영현·가야금)
‘미지’는 로엔엔터테인먼트(옛 서울음반)가 문화체육관광부 ‘전통예술디지털콘텐츠제작사업’의 문을 두드려 후원을 받아 기획했다. 한순간 ‘짠’ 하고 나타난 이들을 흘겨보는 시선도 있을 법하다. “국악계에 찬바람을 맞으며 힘들게 활동하는 사람도 많은데…”라고. 그러나 남지인 씨(대금)는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 가락을 들려줄 생각에 신명이 난다”고 했다. “‘노래가 좋아서 한참 들었는데 국악이더군’이란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에 국악이 훨씬 많이 들리지 않겠어요?”
16개월 동안 훈련 또 훈련이 이어졌다. 해외 진출을 대비한 외국어 공부도 했다. 수영 요가 등으로 대중 앞에 나아가기 위한 ‘몸만들기’도 이어졌다. 가장 날씬한 이영현 씨는 ‘간식은 끝이야!’를 외치는 군기반장을 했다. 인기 걸그룹 화보를 보며 ‘사진 잘 찍기’ 연구도 했다. 자존심 강한 연주가 출신들이라 처음엔 서로 마음을 열지 못했다. “어느 날 사내에서 비공식 공연을 했는데, 사람들이 ‘너희들 안 친한 게 눈에 보인다’고 하는 거예요. ‘아, 음악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관계가 음악에도 영향을 미치는구나’라고 느꼈죠. 그 뒤 일부러 싸우기도 하고, 서로 얘기를 많이 해요. 개인적인 고민거리도 팀 동료들에게 가장 먼저 털어놓게 됐죠.”(박지혜·해금)
세상에 나온 지 한 달이 채 안됐지만 여덟 사람의 꿈에는 주어진 한계선이 없다. 남지인 씨는 “우리 음원이 아이튠스에 걸려 있는데, ‘오리엔탈’ 장르에서 1등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한 뒤 곧바로 말을 보탰다. “기왕이면 세계에서 동양 음악으로 가장 사랑받는 그룹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몇 년 전부터 갑자기 세계가 우리 문화에 주목하는데, 전통 가락으로 못할 것 없잖아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