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관계 악화일로
무역분쟁-구글사태 넘어
美, 대만에 무기판매 결정
결국엔 티베트 문제까지
‘G2 협력’ 유지될까
中, 오바마에 재차 경고
6자회담 공조 차질 우려
“갈등땐 공멸”… 봉합할수도

○ 고조되는 양국 갈등
연초부터 불거진 미 상무부의 중국산 철강제품 예비 반덤핑 관세 부과와 구글 e메일 계정 검열 논란,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결정에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 방침 천명으로 양국 간 갈등은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다.
비록 티베트 독립운동의 정신적 지주가 아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종교 및 문화지도자로서의 달라이 라마를 만나겠다고 해명했지만 백악관 측의 이날 발표는 중국 측의 사전 경고를 무시하고 나온 것이다.
중국은 앞서 통일전선부 주웨이췬(朱維群) 상무부부장의 경고에 이어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대변인이 2일 정례브리핑에서 “당 통전부에서 이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중국은 어떤 외국 지도자도 그를 만나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1일 ‘냉전’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양국관계 악화를 경고했다. 신화통신은 논평을 통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지난달 ‘인터넷 자유’를 강조한 것과 미국이 대만에 대한 64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를 결정한 것을 두고 “마치 한 줄기 시베리아 한류처럼 중-미 관계를 냉각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 글로벌 공조 차질 우려
이처럼 연초부터 두 나라 간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미중 G2 협력시대’를 열어 가자고 했던 다짐에 균열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특히 중국은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을 맡아와 이번 갈등으로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노력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핵뿐만 아니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방미 문제와 아프가니스탄전쟁 등 대테러 협력, 글로벌 금융위기 후 금융질서 재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탄소배출량 감축 등 두 나라가 공조해야 할 사안은 현재 첩첩이 쌓여 있다. 이런 현안들은 두 나라가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난제다. 두 나라는 물론이고 지구촌의 미래와도 밀접하게 관련된 굵직굵직한 사안이 많아 양국 간 공조가 깨지면 두 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른 나라들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 전면 대치나 파탄까지는 안 갈 듯
두 나라 간의 갈등이 계속되면 양측 모두에 부담이다. 세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듯이 중국 역시 안정적인 성장과 발전을 하기 위해선 미국과 사이가 벌어져서 이득이 될 게 없다.
당장 중국은 미국의 국채 1위 보유국으로 미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이 가진 달러화 가치도 떨어져 ‘2인 3각’과 같은 상황이다. 최근 양국 간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두 나라가 본다는 것을 미국과 중국은 서로 잘 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점을 들어 양국의 갈등이 전면적인 대치나 파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이 방중 기간 상하이(上海)에서 가진 대학생과의 연설에서 “앞으로 글로벌 현안은 미중 양국 간 협력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는 발언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버턴 부대변인도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미국은 티베트가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 긍정적이고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