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조금 받은 136곳 조사
업체당 평균 34명 신규채용… 해당지역 고용유발 효과 커
고급인력 확보 고충 겪지만 “시장점유율 감소” 6% 그쳐

KPF는 이후 중남부권의 제철회사로부터 원료 조달이 쉬워졌고 수출 물량을 부산항으로 보내는 물류비도 줄었다. 생산이 한 공장에서 이뤄져 생산 단가도 떨어졌다. 이 회사 김석완 이사는 “지난해 매출액은 이전하기 전인 2005년보다 50% 이상 늘었고, 이에 따라 60명 정도의 직원을 현지에서 채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에 오니 생산직의 지원은 풍부하지만 경영이나 해외영업 등 고급 인력은 뽑기가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엔진부품 생산업체인 티엠씨는 2005년 인천에서 전북 전주시로 옮겼다. 입지보조금 4억4000만 원과 투자보조금 4800만 원을 받아 이전한 뒤 인건비와 임차료 부담이 줄면서 경영사정이 좋아졌다. 10억 원이 채 안 되던 매출액은 지난해 43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매출이 늘면서 현지에서 직원을 추가로 채용해 8명에서 27명으로 늘었다. 지방으로 옮겨간 기업들이 새로 채용한 직원의 67.5%가 해당 시군구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방 이전 후 매출이 늘고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산업연구원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전 보조금을 받은 기업 136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지방이전 보조금 제도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방 이전 후 신규 채용을 한 기업은 전체의 66.2%로 업체당 평균 34명을 고용했다. 특히 지방 이전을 완료한 기업은 대부분(94.3%) 신규 직원을 채용했고, 신규 고용인원의 67.5%가 해당 지역 출신이어서 지방에서의 고용 유발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전 후 국내 시장점유율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28.7%가 ‘증가했다’고 답변해 ‘감소했다’는 응답(5.9%)의 4.9배였다. 성장기에 있는 기업이 수도권에서는 입지규제 등 각종 제약으로 확장이 어려워 지방으로 생산시설을 확장 이전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생산량이 증가하는 등 경영 성과가 좋아진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시장점유율에 ‘변화 없다’는 응답은 65.4%였다. 조사대상인 136개 기업은 지방 이전을 완료한 기업이 87곳, 이전을 추진 중인 곳이 44곳, 이전 계획 철회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이 5곳이다.
설문대상 기업 중 공시된 감사보고서를 통해 회사의 재무제표 확인이 가능한 23개 업체를 분석한 결과 평균 매출액이 2003년 274억 원에서 2008년 517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 수요처 멀어지고 정보 부족 어려움
지방 이전 기업들은 최대 수요처이자 거래처가 밀집한 수도권과 지리적으로 멀어지면서 어려움도 겪고 있다. 업체들은 △정보 부족으로 판매시장에 효과적 대응이 어려움(25.1%) △물류비용 증가(16.6%) △인근에 관련 업체가 부족해 거래비용 증가(13.1%) △숙련된 인력 부족으로 노동생산성 감소(10.9%) 등이 지방 이전에 따른 부정적인 측면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50명 이상의 연구 인력을 가진 기업의 21.9%는 석·박사급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등 연구 인력이 많은 기업일수록 고급 인력 확보에 고충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 홍진기 산업입지팀장은 “수도권에서는 땅값이 비싸 이를 감당하면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은 데다 각종 규제로 확장이 어려워 지방으로 이전하게 된다”며 “이전 후 어려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지방 이전 기업들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