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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철새들의 습격… 어민들 울상

입력 | 2010-02-05 03:00:00

서남해안 양식장 피해 늘어




배고픈 철새들의 습격으로 서남해안 양식장들이 쑥대밭이 되고 있다.

4일 전남 해남군에 따르면 고천암호와 영암호에 철새 110만 마리가 월동하면서 인근 해남과 완도 지역 김, 매생이 양식장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먹잇감을 못 찾은 배고픈 철새들이 김, 매생이 엽체(홀씨가 싹튼 생명체)를 뜯어먹기 때문이다.

해남군 현산면, 화산면, 송지면을 둘러싸고 있는 만호바다가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호바다에서 김 양식을 하는 3개면 4개 어촌계 어민들은 “철새로 인한 양식장 피해면적이 200ha(약 60만 평)에 이른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해남군은 이날 현산면 두모리 어촌계 김 양식장에서 철새 피해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장기 두모리 어촌계장(60)은 “10여 년 전부터 철새로 인한 김 양식장 피해가 나타났다”며 “5년 전부터 점점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완도군 고군면, 약산면의 김, 매생이 양식장도 철새 피해를 보고 있다. 조류 전문가들은 “농기계 발달로 쌀 낱알이 논에 거의 남아있지 않고 생태계 파괴로 인한 먹잇감이 줄어 배고픈 철새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해안 가두리 양식장 어민들은 10여 년 전부터 텃새로 변한 왜가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완도군 신지면이나 여수시 돌산읍 가두리 양식장 어민들은 ‘왜가리가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 매생이, 가두리 양식장 어민들은 철새 공습에 총포 허가를 받아 공기총 위협사격을 하거나 촘촘한 그물덮개를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해마다 피해만 커지고 있어 애를 태우고 있다.

해남=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