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 효과(neighbor beggaring effect)’라는 것이 있다. 자국통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수출을 증가시키고 상대 교역국의 수입은 늘리도록 하는 보호주의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 중국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위안화를 달러당 6.82위안에 고정시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보호무역 조치의 일종이다. 최근 주식시장의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재정 불안도 따지고 보면 위안화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유로화가 불러온 경제 불균형이 일으킨 문제다. 기준금리 인상 대신 지급준비율 인상, 직접 대출 규제, 어음 재할인금리 인상 등 최대한 환율에 영향을 적게 주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긴축정책을 펴는 모습을 보면 위안화 환율을 지키려는 중국 정부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벌어진 것도 환율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2007년 중 100엔당 700원대였던 원-엔 환율이 지난해엔 100엔당 1500원대로 치솟았던 것(원화 가치는 하락)을 보면 왜 한국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훨훨 날고 있을 때 일본기업들이 무기력에 빠졌는지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살아남는 자는 변한 국가와 변한 기업이다. 투자자들은 환율전쟁에서 패배한 자들을 보고 놀랄 것이 아니라 승리한 자들만 골라 전리품을 나누면 되는 것이다.
박상욱 리딩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