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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낡은 건물의 부활… 허무는게 능사 아니다

입력 | 2010-02-06 03:00:00

美 허스트타워 새 사옥 신선
기존 6층에 46층 새로 올려




 옛 건물은 도시인들의 창조성을 자극한다. 기존 6층 건물 위에 46층의 새 구조물을 건설한 허스트타워. DBR 사진

도시의 낡은 건물들은 부숴야 할 대상인가? 아니다. 오래된 공간은 그 안에 담겨 있는 수공예적인 섬세함과 역사적 정체성으로 도시인들의 창조성을 자극한다. 한때 비효율적인 공간으로만 여겨지던 오래된 건물과 공장이 최근 도시의 매력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 뉴욕에 있는 허스트타워다. 이 건물은 ‘에스콰이어’를 비롯한 월간지와 신문, 방송국을 보유한 허스트미디어 그룹의 사옥이다. 1928년에 아르데코 양식의 18층짜리로 설계된 이 건물은 대공황으로 인해 6층까지만 지어졌다. 그 후 성장을 거듭한 허스트미디어 그룹은 사옥을 확장하기 위해 2000년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에게 설계를 맡겼다.

허스트미디어 그룹은 기존 건물을 그대로 둔 채 증축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존 6층짜리 건물 위에 182m 높이의 46층짜리 새 건물을 올리기로 한 것. 그런데 기존 건물 위에다 공사를 하려니 비용이 훨씬 커졌다. 일부에서는 낭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2006년 완공된 이 건물은 허스트미디어 그룹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져다 줬다. 오랜 세월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했고 회사의 역사를 담고 있는 옛 건물을 그대로 살려 허스트미디어 그룹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친환경적으로 지은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실내 기둥을 최소화해서 일반적인 건물에 비해 철 사용량을 20% 줄였다. 에너지 사용량도 25% 이상 절감했다. 결국 ‘도시인의 감성을 극대화했다’ ‘회사가 지켜야 할 가치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이런 사례는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기네스 맥주 공장,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사옥,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 싱가포르의 이베이 지역 본부는 모두 옛 건물을 재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역설적이게도 최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오래되고 낡은 곳을 사무실로 선택하기도 한다. 낡고 오래된 건물이 창의성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인 리처드 플로리다는 자신의 저서 ‘도시와 창조계급’에서 도시의 창조적 생산자들이 선호하는 공간은 세련되고 거대하고 고급스러운 공간보다는 낡고 오래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공간의 기능보다는 공간이 주는 감성을 통해 창조적인 영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물지만 한국에서도 낡고 오래된 공간을 활용한 곳이 등장하고 있다. 서울 삼청동이 대표적이다. 언뜻 보면 방치된 것 같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해서 창작물을 생산하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삼청동 가로(街路)에는 장인의 섬세한 수공예적 감성이 담겨 있다. 세월이 담긴 공간에 수많은 현대인이 조금씩 개입해 변화무쌍함을 만들어낸 것이다.

최근 많은 기업이 창의성을 화두로 삼고 있다. 하지만 창의성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시도해야 창의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 다른 것들과의 융합에도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문제는 이런 노력과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있다. 오래되고 낡은 공간은 이런 창의적 환경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홍성용 ISM/모이스페이스디자인 대표 moi1@moi-n.com
정리=한인재 기자 epicij@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0호(2010년 2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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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안 성공 노하우/제안서 핵심은 신뢰…약점도 서술하라
각종 사업 제안과 입찰에서 고객을 설득하기 위한 첫 단추는 제안서다. 제안서를 작성할 때는 결론 부분을 먼저 배치해 의사결정권자가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피라미드식 논리구조를 활용하는 게 좋다. 초안부터 완벽하게 작성하려는 욕심이 제안서 작성을 두려운 일로 만든다. 어깨에 힘 빼고 가장 쉬운 부분부터 작성하다 보면 글쓰기 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다.

▼ 위기관리 트레이닝/거짓말은 스캔들에 불을 붙인다
유명인의 스캔들은 웬만한 기업의 위기와 견줄 만하다. 스캔들을 해명하면서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탓하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것이나 다름없다. 침묵 또한 능사가 아니다. 대응의 타이밍을 놓치고 비난을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쏙 빠지고 소속 조직이 전면에 나서는 대응법도 적절하지 않다. 전문가와 상의하고 스스로 나서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바람직할 때가 많다.

▼ 전쟁과 경영/쓰시마 정벌: 때론 전투 없는 전쟁도 있다
1419년 왜구가 중국 요동 침공을 위한 대규모 원정에 나서자 태종은 왜구의 근거지인 쓰시마정벌을 강행했다. 지역주민이 대부분 산으로 피신해 조선군은 제대로 된 전투 없이 주요 지역을 장악했지만 군 내부에서 ‘전투 회피’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 조선군은 제대로 지형지물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작전을 벌이다 큰 피해를 봤다. 원칙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자기방어에만 관심을 갖는 조직에서 이런 비극이 벌어질 수 있다.

▼ 사기의 리더십/진시황의 리더십 집중해부
열세 살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진시황은 어떻게 천하를 통일했을까. 진시황은 성년이 될수록 권력에 대한 야심을 키워갔다. 반란을 신속하고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전국시대 최강국의 지도자로서 권력을 키워갔다.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의 성장 스토리를 전한다.

▼ Harvard Business Review/변화를 방해하는 6가지 브레이크
한 글로벌 유통회사에 부임한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의 첫 지시 사항은 1000개 팀을 해체하고 이들의 업무를 인수인계를 받은 리더십팀과 함께 3개의 가장 중요한 추진 과제를 도출하는 것이었다. 전임 CEO가 너무 많은 팀을 관리하며 경영하다 보니 회사 전체를 교착상태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새로운 리더가 변혁의 과제를 압축해 제시하자 조직구성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에 실린 조직 변화의 지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