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폐의혹-늑장대응’ 여론 질타日교통장관 “도요타 고객관점 결여”일본인들 “美공세 너무한다” 음모론
대량 리콜 사태에 직면한 도요타자동차에 대해 비판을 자제하던 일본 정부와 언론이 마침내 매를 들었다. 도요타 간판 차종인 신형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결함과 은폐 의혹, 땜질식 처방이 이어진 지난주 후반부터다.
아사히신문은 6일 사설에서 도요타가 이미 작년 가을에 브레이크 결함을 파악했으면서도 처음엔 진정이 접수된 차량만 고쳐주겠다고 했다가 여론이 험악해지자 최근 리콜하기로 한 것은 때늦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가속페달 문제에 이어 이번에도 도요타가 둔감하게 대응한 것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소비자의 안전제일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요미우리신문도 같은 날 사설에서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문제는 자동차 기본성능에 관한 것으로 ‘운전자의 감각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며 “도요타가 첨단장비를 과신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경시한 점을 부정할 수 없는 만큼 앞으로 소비자 진정을 처리하는 방법을 고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에서도 도요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잘못 대응하면 일본 제품 전반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며 “비판에 겸허하게 귀 기울이고 안전과 품질에 만전을 기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일본인들 사이에선 오히려 미국에 대한 반발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최근 도요타 논란에 AP가 전한 일본인들의 정서는 “미국의 지나친 ‘일본 때리기(Japan-bashing)’이며 거기에는 뻔한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것. 일부 일본인은 도요타에 대한 극렬한 비난에 미국의 정치세력이 적극적으로 개입돼 있다는 ‘음모론’도 제기한다. 미국 정부가 파산 위기에 있던 제너럴모터스(GM) 회생에 나서며 GM의 지분 60.8%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기 때문이라는 것. 도요타가 2008년 GM을 제치고 판매 대수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것도 음모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