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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성기 가창력 흔들려도 팝의 디바, 열정은 그대로

입력 | 2010-02-08 03:00:00

휘트니 휴스턴 첫 내한공연
관람객 패티김과 악수도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이 6일 첫 내한공연을 펼쳤다. 전성기의 화려했던 가창력에 비해 힘에 부친 모습을 보여줬지만 팬들은 그의 재기를 응원하며 갈채를 보냈다. 사진 제공 현대카드


노래하는 모습에는 그동안 지나온 고난의 세월이 묻어났다. 감격스레 꼭 감은 눈, 이마 밑으로 흐르는 땀방울, 종종 터져 나오는 마른기침…. 관객 1만1000여 명은 숨을 죽인 채 역경을 이기고 돌아온 팝의 디바를 지켜봤다.

6일 오후 7시 12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휘트니 휴스턴(47) 첫 내한공연의 막이 올랐다. 남자 댄서 4명과 함께 등장한 휴스턴은 첫 곡으로 흥겨운 리듬의 ‘포 더 러버스’를 부르며 오른손을 흔들어댔다. 자전적 내용이 깃든 ‘아이 디든트 노 마이 오운 스트렝스’를 부를 땐 회상에 잠긴 듯 눈을 감았다가 고개를 숙인 채 관객들에게 “아이 러브 유”라고 말했다.

휴스턴은 약물 중독과 재활시설 입원, R&B 가수 보비 브라운과의 이혼 등으로 긴 슬럼프를 보낸 뒤 지난해 9월 7년 만의 정규앨범 ‘아이 룩 투 유’를 발표하며 재기했다. 10년 만의 정규 월드투어 ‘너싱 벗 러브’를 시작하는 이날 무대는 그가 상처를 딛고 화려했던 기량을 되살릴 수 있을지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트레이드마크였던 폭발적인 가창력은 이날 찾아볼 수 없었다. 중간 중간 힘든 표정으로 한숨을 쉬거나 기침을 했고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전성기 대표곡인 ‘세이빙 올 마이 러브 포 유’와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은 파워가 넘치는 원곡과 달리 편안한 멜로디로 편곡해 노래했다. 영화 ‘보디가드’의 주제가로 인기를 얻은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를 부를 땐 후렴구에서 목소리가 매끄럽게 올라가지 않았다.

그래도 관객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티셔츠가 땀범벅이 되도록 열정을 쏟으며 노래하는 휴스턴에게 일제히 일어나 갈채를 보냈다. ‘스텝 바이 스텝’을 부른 뒤 그가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서 있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중년 팬들은 ‘아이 러브 유’를 외치기도 했다. 관객 김만경 씨(33)는 “휘트니 휴스턴의 목 상태가 나쁜 것 같아 아쉬웠지만 열정적으로 무대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7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이틀째 공연에서는 흥미로운 ‘돌발 사건’이 일어났다. 휴스턴이 객석 앞줄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던 한 여성을 지목해 “너무 아름답다”며 일으켜 세운 뒤 악수를 청한 것. 휴스턴과 악수를 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가수 패티 김이었다. 이를 본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나왔다. 공연을 주최한 현대카드의 이영목 과장은 “휴스턴은 패티 김이 한국의 대표 가수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휴스턴의 월드 투어는 일본 호주 유럽으로 이어진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