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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임수혁 선수의 명복을 빌며

입력 | 2010-02-08 10:39:22


185㎝, 90㎏의 '대형 포수'였던 고(故) 임수혁.

2000년 경기 도중 2루 주자로 나가 있다가 갑자기 의식불명이 돼 쓰러졌고 이후 병상에 누워 있다가 하늘나라로 떠난 고인을 떠올리면 그의 푸근한 미소가 먼저 생각난다.

건장한 체격에 호남아였던 임수혁….

그를 쓰러뜨린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사고 직후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됨으로써 병원에서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심장 부정맥에 의한 발작 증세를 일으키며 결국 식물인간 판정을 받고 10년 가까이 괴로운 투병 생활을 해야 했던 임수혁.

하지만 정작 그가 갑자기 쓰러진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스포츠 평론가인 기영노 씨가 쓴 '야구가 기가 막혀!'라는 책을 보면서 프로야구에서 가장 힘든 포지션이 포수이며 겉으로는 건강하게 보이는 포수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0㎏에 가까운 보호 장비를 갖춘 채 한 경기를 치르는 동안 200회 이상 '앉았다 일어섰다'를 해야 하는 포수는 육체적으로 힘들다.

여기에 투수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를 리드해야 하고 상대 타자와 주자에 모두 신경을 써야 하니 정신적 스트레스도 엄청나다는 것.

이 때문일까.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유명을 달리한 선수는 모두 17명인데 이중 포수가 6명으로 투수(6명)와 함께 가장 많다.

원래 야구팀은 투수와 타자로 크게 양분되는데 이렇게 따지고 보면 투수를 제외하고 내야수와 외야수의 8개 수비 포지션 가운데 포수 출신 사망자가 절반을 넘는 셈이다.

롯데와 LG에서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심재원은 1995년 폐암으로 사망했고 삼미와 청보에서 공격형 포수로 뛰었던 김진우는 2008년 심장병으로 별세했다.

국가대표 주전 포수 출신인 김영신은 1985년 OB에 입단했으나 프로 진출 후 출전 기회를 잘 잡지 못하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1986년 한강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투수 출신으로 작고한 선수들 중에는 교통사고가 원인이 된 경우가 많다.

MBC에서 활약한 김정수는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귀가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해태 소속이었던 김대현은 승용차를 운전하다 트럭을 들이받고 숨졌다.

롯데와 삼성에서 활약했던 박동희도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아! 아까운 프로야구의 별들. 그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어본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 기획영상 = 임수혁 선수의 어제와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