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A.com

공자의 책략, 中 문화역량 과시였나

입력 | 2010-02-09 03:00:00

제작비 350억 들인 ‘공자-춘추전국시대’ 11일 개봉




영화 ‘공자-춘추전국시대’ 중 노나라와 제나라의 협곡 회맹 장면에서 공자(저우룬파)가 회담장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모습. 사진 제공 프리비젼

○ 유교 가르침보다 전장의 활약 그려

‘공자-춘추전국시대’(11일 개봉)는 이야기나 배우보다 배경인 ‘중국’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영화다.

제자들과 함께 이 나라 저 나라 고생스럽게 떠돌며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려 애쓴 50대 이후 공자의 삶을 그린 줄거리에는 새로운 맛이 없다. 미국 할리우드로 진출한 뒤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드래곤볼 에볼루션’ 등에 초라한 행색으로 등장했던 저우룬파(周潤發·55)가 오랜만에 당당한 카리스마를 드러낸 것은 1980년대 ‘영웅본색’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10년 전 ‘와호장룡’과 비교해 딱히 업그레이드된 위풍은 아니다.

눈에 걸리는 것은 ‘전략가 공자’에 대한 조명이다. 영화 중반 산둥(山東) 성의 타이산(泰山) 산 동쪽 협곡에서 열린 노나라 정공과 제나라 경공의 회맹 장면. 여기서 공자가 주군의 체면을 높이고 그 공로로 최고 관직 ‘대사구’ 자리에 오른 것은 사실(史實)과 일치한다. 그러나 ‘무례를 꾸짖어 상대의 기를 꺾었다’는 역사의 기록과 달리 영화는 거짓 병사로 속임수를 써서 영토를 얻어내는 공자의 술책을 보여준다. 삼국지연의에서 장비가 장판교를 홀로 막아선 채 조조의 대군에 맞서 펼친 것과 유사한 위장전술. 멀리 산 너머에서 일으킨 먼지와 함성으로 위세를 가장해 적을 겁에 질리게 만든 것이다.

이어지는 ‘타삼도 전투’ 공성전(攻城戰)에서 공자는 쏟아지는 화살 비를 무릅쓰고 북을 두드리며 군사들을 독려하는 용맹까지 보여준다. 노량해전의 이순신 장군을 연상시키는 비장함이다.

‘공자’를 연출한 후메이(胡매) 감독은 “무장의 아들로 태어난 공자는 2m의 장신으로 힘이 세고 활을 잘 쐈지만 학식이 무예를 가렸다”며 ‘강한 공자’에 방점을 둔 까닭을 설명했다. 하지만 문화적 역량을 과시하기 위한 핵심 콘텐츠로 최근 공자를 적극 내세우고 있는 중국 정부의 입김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문화대혁명(1966∼1976년) 때 ‘봉건주의 앞잡이’로 격하됐던 공자를 복권시키고 대표 문화상품으로 띄우기 위해 세계 곳곳에 ‘공자학원’을 설립하고 있다.

○ 원래 제작비의 2배로 대폭 늘려

지난해 공자 탄생 2560년을 맞아 기획된 이 영화의 제작비는 원래 180억 원으로 예정됐다가 350억 원까지 늘어났다. 지난달 21일 중국 내 모든 극장에서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의 2D 상영이 금지된 것이 ‘공자’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컴퓨터그래픽으로 전투장면의 스펙터클을 과장한 영화 ‘공자’는 논어의 깊은 가르침을 전할 길잡이 역할을 하기에 아무래도 역부족으로 보인다. 12세 이상 관람 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 문화부 손택균 기자


▲ 문화부 손택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