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나 영화를 보면 “만일에 ○○라면?”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영화 ‘아바타’는 다음과 같은 가정하에 시작된다. “한 사람의 의식을 다른 사람의 몸으로 옮길 수 있다면?” 영화에서 주인공은 스파이로 출발하지만 결국에는 인간에게 착취당하는 외계인 종족을 위해 싸우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아바타가 되어 전에 몰랐던 사실을 경험함으로써 전혀 다른 시각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는다. 또한 남과 공감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옳고 그름을 더욱 분명히 구분할 수 있고, 따라서 올바른 길을 택할 수 있다.
실제 생활에서도 그럴까? 아바투어리즘이라는 인기 있는 여행이 실제로 가능해서 남자가 하루만 여자가 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나는 서울에 살므로 가칭 ‘한국 아바타 투어리즘 컴퍼니(KATCO)’에 등록하여 1회의 여행 가격에 두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다. 여자로서,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어느 날 내가 아름다운 한국인 여성으로 눈을 뜬다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할까? 누구나 그렇듯이 거울 속의 나를 먼저 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나는 여자가 된 나를 느끼며 다시 침대로 들어간다. 몇 분이 지나자 흥분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결국 갈망하는 것과 가졌다는 것은 별개의 경험이다. 남자는 아름다운 여자를 원할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아름다운 여자가 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내가 틀렸다면 e메일로 연락 주시길.
영화 속 아바타 체험 상상
이는 여성이 자신의 얼굴을 보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슈퍼모델조차도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한다. 옷장을 보면 또다시 부정적인 생각이 치밀어 오른다. 옷장이 지저분할수록 짜증은 더해 간다. 여자가 된 남자가 옷을 입고 집을 나설 때쯤, 이미 스트레스가 가득한 하루를 보낸 느낌이다.
한국인은 이를 통해 어떤 것을 경험할 수 있을까? 반대로 한국에 사는 외국인인 나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최근 한국계 미국인인 심리상담자가 말해준 바에 따르면 한국인 여성은 유난히 우울증이 심하다고 한다. 그러니 여자가 되려는 한국인 남자들은 알아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면 우울한 하루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 모든 행동의 저변에는 불안정함이 깔려 있다. 혼자 있음을 즐기는 여성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은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하고, 그녀의 친구들이 모두 남자친구를 만나느라 바쁘다면 그녀 또한 남자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남자란 동물적인 본능을 가진 단순한 존재이다. 그들이 세상을 바꾸려 하는 게 아니라면, 잠자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들은 번식하고 싶어 한다. 그들 내면에 있는 약탈자의 본성은 여자의 항복을 원한다. 그들이 이길 수 없는 갈등 상황에 부닥치면, 예를 들어 여자친구가 소리를 질러댄다면 본능은 도망치라고 말한다.
공감하는 법 배우는 새로운 경험
한국인 여성 아바타 체험이라는 상상을 통해 나는 한국인 여성에 대해 뭔가 배워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가 어떤 존재인지를 잊어버릴 수는 없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나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 그들이 창밖을 바라보는 척하고 있어도 나는 그들이 유리에 비친 나를 본다는 사실을 안다. 또는 조용히 웃음 짓고 있다가 “예수를 믿으십니까?”라고 말을 걸어올 것 같은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들은 외국인인 진짜의 나를 보고 있지 않다. 이것이 한국인 여성의 몸 체험을 통해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반대를 가정해 보자. 한국인 여성이 외국인 남성의 몸 체험을 했을 때를 말이다. 외국인 남성의 눈을 통해 때로는 자신이 알았던, 때로는 자신이 몰랐던 한국인 여성의 모습을 발견할지 모른다. 자신이 몰랐던 모습을 다른 이의 눈을 통해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몸 체험의 상상은 시간낭비가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