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에어쇼는 세계 3대 에어쇼의 하나다. 2일부터 7일까지 열린 올해 싱가포르 에어쇼는 2008년보다 대폭 축소됐다. 예년의 규모라 해도 서울 에어쇼보다 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만큼 한국의 항공 산업이 발전한 것이다. 이번 에어쇼에는 미국 록히드마틴사가 10개국과 함께 개발 중인 F-35나 유로 파이터 같은 최첨단 전투기는 참여하지 않았다. 싱가포르는 2008년 24대의 F-15기 도입을 시작해 당분간은 첨단 전투기에 관심이 없다.
▷이번 에어쇼에선 한국과 록히드마틴이 공동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이 주목의 대상이었다. ‘대한민국 공군’이라는 글자가 선명한 제1전투비행단 소속 T-50기가 참여했다. 수직 날개에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사자 머리를 가진 물고기)을 그려서 갖고 갔다. 행사기간에 매일 시범비행을 하고 싱가포르 공군이 요구하면 동승비행도 서비스했다. 건너편엔 이탈리아가 개발 중인 M-346의 시제기(試製機)가 자리 잡았다. 2008년 말 T-50은 아랍에미리트(UAE) 수주 경쟁에서 M-346에 졌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가격과 산업협력 방안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이스라엘과 함께 무기 도입에 까다로운 나라로 꼽힌다. 그러나 국토 면적은 서울보다 조금 더 넓은 정도여서 군용기가 뜰 하늘이 없다. 상당수의 전투기를 미국이나 인도로 보내놓고 있다. 훈련기 도입보다 훈련된 조종사 확보를 더 원한다. 록히드마틴은 제3국에서 T-50으로 조종사를 양성해 주는 자회사(록히드마틴 STS)를 만들었다. 싱가포르 회사인 ‘ST에어로’도 이탈리아 M-346기로 조종사를 키워주겠다고 나서 조종사 양성사업 경쟁이 본격화됐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