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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기업이 돈만 잘벌면 되는 시대는 끝났다?

입력 | 2010-02-10 03:00:00

사회봉사-친환경활동 등 기업평가 주요 기준 부상




최근 NH-CA자산운용은 국내 처음으로 펀드에 편입한 주요 투자대상 기업 43곳에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묻는 탄소정보공개 설문을 보냈습니다. 이 중 22개 기업이 답변을 보내 응답률이 53%를 나타냈습니다. 민간단체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회가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같은 설문의 응답률은 2009년 50%, 2008년 32%였습니다. 응답률 차이는 기업들이 민간단체보다는 자신들과 직접 관련된 투자기관의 설문에 더 부담을 느끼고 신경을 쓴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투자자들은 기업의 녹색경영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에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최근 도요타자동차 리콜 사태처럼 그동안 탄탄대로를 달려왔던 기업도 한순간의 실수나 위기관리능력 부재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습니다. 도요타 주가는 2007년 2월을 정점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죠. 나이키는 1990년대 축구공을 만드는 파키스탄 하도급 업체가 어린이를 고용한 것이 드러나 불매운동을 겪었고, 일본 소니는 전자게임기 부품에서 유해물질인 카드뮴이 검출돼 유럽에서 1억6000만 달러 상당의 제품을 반품당하고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습니다.

이미 투자자들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는 수익률로도 입증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재무적 성과 외에 투명성, 친환경활동, 사회공헌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우량기업을 선정하는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의 수익률이 일반 벤치마크 대비 20% 이상 앞서고 있습니다. 국내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부터 한국거래소가 발표하기 시작한 SRI(사회책임투자)지수 수익률도 코스피 등 주요 벤치마크를 2%가량 앞지르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자들은 상장기업에 재무제표처럼 환경 성과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라고 요구해 당국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럽 등 선진국의 연기금은 국민의 돈으로 국민에게 해가 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무기류를 생산하거나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 내부 규정을 갖추고 있습니다. 좁게는 금융회사, 넓게는 한국 투자자들이 주주로서 매서운 감시를 시작한다면 기업의 진정성 있는 녹색경영 움직임도 빨라지고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지름길도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혜진 경제부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