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일어난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부정행위에 대해 국내 교육계에 종사하는 원어민들은 왜곡된 한국 교육의 상처가 이 사건으로 터진 것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사건보다 심각한 것은 한국의 교육관이라는 것.
저스틴 레즈닉 팔로알토 유학원장은 “교육을 담당한 이들이 그 본분을 다하지 못했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교육 풍토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과목 시험 때마다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아너 코드(honor code)’에 서명하는 미국 학생들과 달리 한국 학생들이 이 같은 ‘기본’을 배우지 못했다고 간주한다는 얘기였다.
서울의 한 명문 외국어고 유학반을 지도해온 원어민 교사는 만점에 가까운 SAT 성적 올리기 경쟁은 결국 한국 학생들끼리의 ‘제 살 깎기’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가 한국 학생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50% 입학 허가를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미국 대학의 상당수는 외국인 입학생들만을 위한 별도 정원을 10% 내외로 두고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로 미 대학 입학은 물론 각종 장학금 혜택의 문이 좁아지고, 그럴수록 한국 학생에 대한 평가는 더 냉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쟁이 좀 덜한 곳을 찾아볼 것이다.”(루빈 주도프·원어민 교사 알선 컨설팅사 ‘어드벤처 티칭’ 사장)
“현재로서는 답을 유보하겠다.”(레즈닉 원장)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명문 외고 유학반 교사)
이들 중 한 사람이라도 한국에서 자식을 교육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한 제2, 제3의 SAT 사건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정안 영상뉴스팀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