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인증제 도입에“학교가 사교육기관 전락”주장내 영역 지키자는 소리로 들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 시위대 300여 명이 비를 맞으며 가수 김수철 씨의 노래 ‘젊은 그대’를 불렀다. 노랫말은 “한국 교육 잠 깨어나라” “공교육이 무너지는 탁상행정 교육정책”으로 바뀌었다.
시위대는 노래를 마친 뒤 “늘어나는 사교육비, 공교육 황폐화를 부추긴다”고 외쳤다. 교육청 앞까지 찾아와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고 집회를 연 이들은 놀랍게도 전국보습교육협의회 소속 학원 관계자들이었다.
공교육의 적(敵)으로 지탄받고 있는 학원 업주들이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선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방과후교육 위탁업체를 인증하는 제도와 기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정규수업 잘하는데 방과후학교 웬말이냐”라는 구호를 외쳤다. 방과후학교가 학교에서 학원식 수업을 하는 것으로 변질되면서 학교가 입시 위주의 사교육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들은 방과후학교 위탁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를 막으려면 아예 외부업체에 위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05년 도입된 방과후학교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소득 간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는 대책으로 추진돼 왔다. 방과후학교가 성공을 거둘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보습학원이다. 학교 수업 예·복습과 내신 대비와 같은 보습학원의 기능을 학교가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집회에서 조문호 한국학원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방과후학교는 적성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의무교육 원칙에 충실하도록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교과과정은 정규교과시간에만 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외침이 ‘학교는 우리 영역, 우리 밥그릇을 침범하지 말라’라고 들리는 것은 왜일까.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