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이 있다. '내 형편이 좋아야, 남을 챙겨준다'라는 뜻도 되고 '말보다는 뭔가 물질적인 혜택을 줘야 인사를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국민 체육 진흥을 위한 기금 조성과 운영, 관리를 목적으로 서울올림픽 이듬해인 1989년 설립된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이 곳이야말로 한국 체육계의 '곳간'이라 할 수 있다.
큰 국제 스포츠 행사가 줄줄이 이어지는 올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되는 지 김주훈(67) 이사장을 만나 알아봤다.
이러한 막대한 기금은 어디에 쓰일까.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가 개최하거나 유치해야 할 국제대회, 예컨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영암 F-1 대회 준비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2년 월드컵축구 유치 활동 등에 1918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다음으로는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과 국가대표 종합훈련장 지원, 메달리스트를 비롯한 체육인 복지 등 전문체육인 육성에 모두 1017억원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생활체육 육성에 1701억 원, 장애인 체육 육성 223억 원, 스포츠 산업 및 학술 분야에 387억 원이 지원된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전체 기금을 10으로 봤을 때 6이 체육 관련에 쓰였고 4가 국고로 들어갔지만 현재는 9가 체육 관련에 쓰이고 1만 국고로 들어가게 됐다"며 "올림픽을 통해 시작된 국민체육진흥 기금 사업을 체육 발전을 위해 주로 쓰이도록 하게 한 데에 체육인 출신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단 기금 지원이 국가대표 위주의 엘리트 선수나 여가 시간을 즐기는 중산층 위주 생활체육에만 집중되는 건 아닐까.
사실 국가대표 선수 중에는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힘들게 운동을 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이 많은데….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지방자치단체들과 스포츠바우처 사업을 만들어 소외 계층을 위한 생활 체육을 보급하고 있다"며 "저소득층 가정들의 호응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에는 60억 원으로 스포츠바우처 사업 관련 예산을 늘려 1만 5000명 이상의 유, 청소년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방침이며 2011년에는 예산을 80억 원으로 더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바우처를 통해 지원되는 스포츠 종목은 축구나 태권도 수영 골프 헬스 검도 등 20여개. 이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데, 지난해에는 수영이 3556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스포츠바우처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거주하고 있는 시·군·구청에 이용 신청을 한 뒤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문자 메시지나 전화로 받으면 된다. 지원자로 선정된 후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 홈페이지(www.kspo.or.kr)에서 이용 가능시설의 스포츠 강좌 및 스포츠용품 정보를 확인한 후 선택한 체육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김 이사장은 "장기적으로는 스포츠바우처 사업의 수혜범위를 노인과 장애인 등 소외 계층으로 넓혀 스포츠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민 누구라도 체육 활동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게 체육공단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정말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