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골도 넣지 못한 충격적인 패배. 10일 중국에 완패를 당한 허정무 감독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31년 이상 계속된 중국전 무패 행진(16승 11무)을 이어가지 못한 자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누구도 상상 못한 어이없는 결과였다.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하는 중국에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당했다.
이날 한국은 공수에서 문제가 많았다. 이정수-조용형-곽태휘-오범석으로 짜인 수비라인은 불안했다. 볼을 잡았을 때 잘 밀어내지 못했다. 상대의 역습에는 허둥대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허용한 3골은 모두 수비라인 실수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김두현, 구자철, 김정우 등 미드필더들의 플레이도 산뜻하지 못했다. 패스는 자주 끊겼고 어이없는 패스 미스로 이어졌다. 이동국, 이근호, 이승렬 등으로 이어진 공격라인의 골 결정력도 무뎠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0-3 완패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만큼 배울 것도 많았다.
공은 둥글다고 했다. 브라질 같은 세계적인 강팀도 약팀에 고전하는 경우가 있다. ‘2군을 내보내도 이긴다’고 했던 오카다 다케시 일본 감독도 자만하다 6일 중국전에서 0-0으로 비겨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당한 패배가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한 전화위복이 되길 기대해본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