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단어 보며 오바마 비난 연설백악관 대변인 흉내내며 브리핑
9일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 기자들과 문답을 나누던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손바닥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몇 가지를 적어봤어요. 계란, 우유, 빵. 아, 빵은 지웠네요. 눈이 올 경우 이선(기브스 대변인의 아들)에게 팬케이크를 만들어 줘야 하니까요. 그리고 혹시 까먹을지 몰라 희망과 변화를 적었습니다.” 장내는 폭소의 도가니가 됐다.
2차 워싱턴 폭설 예고에 대비한 장보기 목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2008년 대통령선거 당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최근 ‘버락 오바마 때리기’의 선봉을 자임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패러디한 것이다.
페일린 전 주지사는 6일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열린 보수시민단체의 모임인 ‘티 파티(Tea Party)’ 집회에 초청연사로 나섰고 손바닥에 ‘에너지, 세금감면, 미국 정신의 고양’이라는 일종의 열쇳말을 적어둔 것이 TV 생중계를 통해 미국 전역에 방영됐다. 평소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프롬프터(자막기) 없이는 연설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던 페일린 전 주지사가 일종의 ‘치팅(속임수)’을 한 것처럼 비치면서 호사가들 사이에 입방아에 오른 것을 기브스 대변인이 그냥 넘기지 않은 것.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