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시골을 ‘살고싶은 마을’로‘정뱅이 마을’ 주민들 설득꽃씨 뿌리고 들꽃축제 열고 작가들 모셔와 벽화도 그려 정부, 녹색체험마을로 선정
목원대 권선필 교수가 마을회관 안에서 ‘정뱅이마을’ 발전 방향에 대해 설명하 고 있다. 이기진 기자
권 교수가 지역사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1년 대전 도심 아파트 생활을 접고 변두리 시골마을로 이사를 가 그곳을 새롭게 변신시키면서부터다.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 대전 서구 흑석동 사거리에서 논산시 벌곡면 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호남선 철길이 나온다. 이 철길을 지나 물길을 건너면 26가구 68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담장마다 먹으로 그린 소나무 벽화가 있고 담장 위엔 목각인형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기도 하다. 마치 미술전시장을 연상케 한다. 주말과 휴일이면 이곳을 찾아와 산책을 즐기는 도시민도 늘고 있다.
마을 바꾸기 사업은 쉬운 것부터 시작됐다. 길가에는 꽃씨를 뿌리고, 논밭에 버려진 폐비닐 등 쓰레기는 보이는 대로 주웠다. 그러면서 평소에 알고 지내던 대전지역 작가들을 ‘모셔와’ 국수를 끓여주며 벽화를 그려 달라고 간청했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서 5년 전부터 마을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2007년부터는 가을에 주변의 산과 들을 이용한 들꽃축제를 열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국토해양부로부터 녹색체험 마을, 도농교류센터 마을 등으로 선정되면서 다양한 지원도 받았다. 2008년 12월엔 마을 입구에 2층짜리 마을회관(도농교류센터)도 마련됐다. 권 교수는 이곳을 북카페를 비롯해 농촌 문화예술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권 교수는 “시골은 낙후된 곳이 아니라 삶의 대안을 발견하는 곳”이라며 “도시에 사는 것보다 시골에 사는 것이 낫다는 것을 입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의 활동은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2007년 안식년 휴가 때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6개월 동안 현지 정보통신장관의 정책 자문역을 맡았다. 2003년에는 유엔 아시아태평양 정보통신자문을 맡기도 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등에서도 오랫동안 정책자문과 이사 등을 지냈다.
최근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예술적 문화적 감성적 사고를 지닌 사람들에게 새로운 창업의 길을 열어주는 것.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