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어찌나 피워대는지, 아무리 단속을 해도 막을 수도 없고…"
1990년 대 중국 프로축구팀을 지도했던 국내 지도자들은 "중국 선수들이 체격도 좋고 체력과 순발력 등 자질은 뛰어난데 훈련만 끝나면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를 물고 쉬는 시간에는 술도 한잔 하는 게 다반사"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했다.
이처럼 중국축구 하면 담배 연기처럼 '검고, 칙칙한' 인상이었다.
2년 전 중국 충칭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 남자축구대표팀은 한국과 일본전에서 '더티 플레이'를 한 대가로 4500달러의 벌금을 선고 받기도 했다.
특히 이 때 중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주장 리지에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시간이 끌기 위해 한국의 코너킥 상황에서 갑자기 그라운드에 쓰러져 나뒹굴고 코너킥을 차려는 한국 선수를 방해하는 등의 비신사적 행위가 동영상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며 국제적으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대표팀 내에서의 스캔들도 연이어 터져 나왔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중국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28살 연하 여기자와의 염문설에 휘말렸다. 또 2008년에는 당시 중국대표팀 감독이었던 라토미르 두이코비치와 TV 여기자와의 스캔들이 터져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중국축구가 2006년 독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진출에 연이어 실패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이와 함께 44세의 젊은 지도자인 가오홍보 감독을 중국 최초의 공개 모집을 통해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발했다. 가오 감독은 가오린, 위하이, 덩주오시앙, 펑샤오팅 등 20대의 젊은 신예들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10일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한국과의 경기에 나선 중국 선수들은 '독'이 오른 모습이었다.
'한국을 한번 꺾어보겠다'는 의지로 눈빛부터 달랐고 플레이도 야무졌다.
그동안 한국축구는 어땠는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연속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며 승승장구 해왔다.
중국축구 만큼 엉망진창은 아니었지만 소소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0일, 경기의 막판이 되자 '추미'로 불리는 중국 응원단은 10부터 카운트다운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프라인에 모여 악수를 나누기 전 양국 선수들은 언쟁을 벌이며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한국축구가 이런 조롱을 계속 당해서야 되겠는가.
다시 한번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쓰러질 각오'로 이를 악물어야 할 상황이다.
한편 같은 날 일본 구마모토에서 열린 한국 프로축구의 포항 스틸러스-중국 프로축구 베이징 궈안의 연습경기 도중 벌어진 양 팀 선수 간 집단 난투극 장면이 KBS에 보도돼 충격을 주고 있다.
베이징 선수들이 포항 선수들을 거의 격투기 하 듯 걷어차는 거친 플레이 장면이 보였고 이로 인해 촉발된 싸움은 포항의 브라질 출신 모따가 집단 폭행을 당하고 베이징 선수들이 철제 의자를 들고 설치는 장면이 보도됐다.
포항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함으로써 아시아 최고의 프로축구팀에 등극했다.
필자 생각으로는 이런 포항을 상대하게 된 베이징 팀 선수들이 비록 연습경기이기는 하지만 이기겠다는 일념으로 잔뜩 '독'을 품고 나왔고 난투극의 시발이 된 거친 플레이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에서 처음으로 한국을 꺾은 중국의 가오홍보 감독은 "운이 좋았다. 아직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경기력에 뒤진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반면 폭행을 주도했던 베이징 선수들은 모따에 대한 폭행을 겨우 뜯어말리는 포항 선수들에게도 철제 의자를 들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한국축구를 반드시 이기겠다고 '독'이 오른 중국축구의 상반된 '얼굴'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