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월드컵 해의 한일전 “이번엔 V 쏜다”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한일전은 늘 부담이다. 월드컵과 같은 대사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본전에 ‘올인’할 수도 없고, 결과에서 자유롭지도 못하다.
한국이 14일 오후 7시 15분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일본과 동아시아선수권 최종전을 벌인다. 두 팀 모두 최근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한국은 10일 중국에 0-3으로 참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오카다 감독도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에 패하면 곧바로 경질될 수 있다’며 오카다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1998년과 올해 닮은 꼴
월드컵이 열리던 해에 한일전이 치러진 건 지금까지 딱 한 차례 있었다. 차범근 수원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1998년이다.
당시 한국은 3.1절에 요코하마에서 벌어진 다이너스티컵에서 일본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1997년 11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0-2로 패한 뒤 일본에 당한 첫 2연패였다. 당장 비판 여론에 불이 붙었다.
차 감독은 그 뒤 한 달 가까이 되는 귀중한 시간 동안 월드컵 본선 준비가 아닌 한일전 리턴매치에 전력을 쏟아야 했다. 결국 4월 잠실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한국은 이상윤과 황선홍의 골로 2-1 승리를 거뒀지만 정작 월드컵 본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였다. 당시 일본 사령탑이 오카다였다는 점도 공교롭지만 1998년과 올해는 여러 모로 닮았다. 다이너스티컵의 후신 격인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설날에 일본과 맞붙는다. 또한 5월 일본과의 리턴매치 이야기도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전은 준비한 대로
허정무 감독이 중국전 완패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일본전을 승리로 이끌어 분위기를 반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가 월드컵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허 감독은 7일 홍콩을 대파한 바로 다음 날 고강도 훈련을 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중국전 다음날에는 아예 회복훈련 자체를 취소했다. 지난달부터 남아공-스페인-목포로 이어진 장기 전훈으로 지친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패배의 충격을 각자 정리할 시간을 준 것이다.
중국전 패배 직후 일본전을 어떻게 대비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일단 우리 선수들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맞는 이야기다.
허 감독의 머릿속에 이미 한국을 출발할 때부터 일본전에 대한 밑그림은 어느 정도 그려져 있을 것이다. 중국전 패배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준비한 대로 생각한 대로 일본전을 치르는 게 정답이다.
도쿄(일본)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