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고졸 7년 차 내야수 김재호(25)는 한국에서는 특급 스타가 아니다. 하지만 전지훈련지인 일본 미야자키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두산의 연습장인 사이토 구장에는 김재호만 따라다니는 열혈 아줌마 팬이 한 명 있다. 오즈카 시게코라는 이 여성은 2008년 잠실구장을 찾았다가 김재호의 활약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특히 이튿날 한국의 스포츠신문을 장식한 김재호의 웃는 모습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한다.
오이타 현 나카쓰 시에 사는 오즈카 씨는 직장이 쉬는 날이면 3, 4시간 운전을 해 사이토 구장에 와 김재호를 따라다닌다. 두산 잠바를 입는 것은 기본이다. 사이토 구장에는 오즈카 씨처럼 두산 유니폼이나 두산 모자를 쓰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일본인 팬이 꽤 된다. 두산 운영팀의 박진환 대리는 “가족 단위로 오는 분들도 있고 여성분들만 오는 경우도 있다.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김재호는 “오즈카 씨는 요즘도 가끔 한국에 와서 선물을 주곤 한다. 응원하는 팬이 있다는 생각에 더욱 힘이 난다”고 말했다.
미야자키 휴가에서 훈련 중인 KIA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후광을 톡톡히 받고 있다. KIA 직원들이 유니폼이나 잠바 차림으로 식당에라도 갈라치면 “한국에서 우승한 팀 아니냐”며 반긴다고 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과 상대했던 투수 윤석민이나 외야수 이용규는 여기에서도 스타 대접을 받는다고. 왕년의 에이스 이대진도 여기서 특급 스타다. 노대권 KIA 홍보팀장은 “한 아줌마 팬은 어디에서 구했는지 2001년 KIA 창단 당시의 이대진 유니폼을 들고 와 직접 사인을 받기도 했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 야구의 위상이 올라간 덕분인지 연습장면을 구경하는 팬들도, 아는 척하는 팬들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