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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그리스 ‘공공복지 포퓰리즘의 재앙’과 한국

입력 | 2010-02-13 03:00:00


유럽연합(EU) 정상들이 11일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를 지원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했다. 그러나 구체적 방안이 없어 유럽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그리스도 EU에 제출한 개혁안에서 공공분야 임금 삭감, 공공 복지지출 감축으로 2012년까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계획이 없어 신뢰를 얻지 못했다.

그리스가 국가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린 것은 한마디로 정부의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13%로 유로지역 평균 80%보다 훨씬 높다. 씀씀이를 줄이거나 생산성을 높였어야 할 텐데, 공공부문이 국가경제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대하고 비효율적이어서 그리스 경제의 재앙 요인이 되고 있다. 1974년 민주화 이후 36년 중 22년을 사회당이 집권하면서 좌파이념의 정책이 득세한 탓이 크다.

그리스 재정의 대부분은 공공부문 임금과 연금으로 들어가 정부가 생산적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그런데도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대신에 임금만 유럽에서 가장 가파르게 올렸다. 작년 10월 사회당은 공공부문 임금인상과 복지확대라는 포퓰리즘적 공공복지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정권을 탈환했다. 그리스 공공노조는 나라가 부도위기에 처했는데도 정부의 지출삭감 정책에 반발해 10일 총파업했고 24일에도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한다.

우리 일각에도 ‘선한 의도’를 지닌 정부가 공공지출을 확대해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공공부문 민영화는 흐지부지됐다.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복지지출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포퓰리즘 정책 경쟁을 벌인다. 작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6%로 추계된다. 여기에다 공공기관 부채, 국가보증 채무,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까지 합치면 126.6%로 껑충 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기업은 원래 상응하는 자산이 있기 때문에 공기업 부채는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형식논리는 그렇더라도 공기업 경영이 방만해지면 종국엔 세금으로 뒷설거지를 해야 한다. 공공분야의 부실과 방만, 그들만을 위한 과다한 임금과 복지 혜택을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할 때다.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는 공공복지 포퓰리즘은 결국 나라와 국민을 수렁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그리스가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