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옵티미스트/로렌스 쇼티 지음·정숙영 옮김/444쪽·1만3500원·부키
저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하고 프랑스의 경영대학원 인시아드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엘리트다. 그는 어느 날 아침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날마다 들려오는 ‘나쁜 뉴스’를 원인으로 꼽았다. 지구 온난화, 테러, 에너지 위기…. 세상이 더 우울해짐에 따라 자신의 인생도 덩달아 우울해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낙관주의’에 생각이 미쳤다. 인생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면 삶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그래서 낙관주의자(옵티미스트·optimist)들을 인터뷰하고 책을 써서 낙관주의를 퍼뜨리기로 결심했다.
‘낙관주의자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그는 무작정 인터뷰 요청을 한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할리우드 여배우 애슐리 주드…. 다소 무모해 보이는 시도였지만 그는 직접 만나거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들과 낙관주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언 데이비스 대표는 무조건적인 낙관주의에 경계를 나타냈다. “긍정적 사고방식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을 위한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은 “만나는 모든 사람과 즐겁게 지내고 삶의 매순간을 즐기기로 마음먹는다면 당신이 살면서 누릴 수 있는 기쁨은 어마어마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낙관적 삶을 얻기 위해선 지구 온난화를 막거나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는 일 등 열심히 일하는 게 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자가 듣고 싶었던 ‘무조건적인 낙관주의’에 대해 얘기를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세상만사가 잘 풀릴 것이라는 낙관주의에는 대부분 동의하지 않았고, 그런 낙관주의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투투 대주교는 “낙관주의는 상황이 원하던 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빨리 비관주의로 바뀔 수 있다”면서 “‘낙관적’이라는 말을 버리고 현실에 좌우되지 않는 ‘희망’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영국의 한 강연회에서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말하는 낙관주의를 들었다. “사람들은 제게 늘 묻습니다. 당신은 낙관주의자냐고 말이죠. 물론 저는 이 자리에서 기후 변화나 에이즈 같은 사례들을 거론하며 인류가 직면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말씀드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1세기가 좋은 시대가 되리라고 꽤 확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문제도 산적해 있지요.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결국 이겨내 왔습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