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올림픽 금빛연기 앞두고 심리적 부담 떠안아
스포츠동아DB
2008년부터 시작된 악연이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까지 이어졌다.
13일(한국시간) ‘피겨퀸’ 김연아(20·고려대)의 교과서 같은 점프에 석연찮은 판정을 내렸던 스위스 출신 로리올 오버윌러 미리암이 이번 대회 피겨 여자 싱글의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로 선정돼 우려를 낳고 있다.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란 점프의 다운 그레이드와 에지(edge)가 옳고 그름에 대한 판정을 내리는 심판이다. 롱 에지(wrong edge)나 다운 그레이드를 받으면 점프의 기본점수가 대폭 하락하기 때문에 총 점수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연아는 계속된 판정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트리플 플립을 트리플 러츠로 바꿔 뛰기 시작했다. 그녀의 선택은 탁월했다. 트리플 러츠는 김연아의 대표 점프이기도 하고, 트리플 플립을 뛸 때보다 난이도가 한 단계 높아져 오히려 플러스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던 김연아에게 미리암이 또 다시 ‘딴죽’을 걸었다.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09∼2010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미리암은 김연아의 콤비네이션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토루프를 ‘회전수 부족’이라는 이유로 다운 그레이드를 매겼다.
당시 9명의 심판 중 8명이 김연아의 점프에 1.6의 가산점을 준 상황이어서 미리암의 판정은 의구심을 자아냈다. 김연아는 편파 판정 속에도 일본의 안도 미키를 누르고 역전승을 이뤄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악연은 질겼다. 생애 첫 올림픽에서 금빛사냥에 나선 김연아 앞에 미리암이 다시 한 번 장벽으로 나타났다. 자신에게 쏠려있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만으로 적잖이 부담스러울 스무 살 선수는 불리한 판정이 나올 수 있다는 심리적인 압박까지 이겨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