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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안된다 했지만 그는 해냈다

입력 | 2010-02-16 03:00:00

이승훈, 쇼트트랙 → 스피드 전향 7개월만에 銀… 亞첫 장거리 메달




14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동양인 최초로 은메달을 차지한 이승훈이 시상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밴쿠버=박영대 기자

금메달을 딴 네덜란드 선수보다 8cm가 작았다. 하지만 그의 실력은 모자란 키를 채웠고 ‘동양인은 장거리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넘어섰다.

이승훈(22·한국체대·177cm)이 14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오벌에서 열린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6분16초95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에서 메달을 따낸 역사적 순간이었다.

깜짝 메달을 일군 그는 주위의 쏟아지는 관심에 이국땅에서 행복한 설 연휴를 보냈다. 유럽 취재진은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에서 새 지평을 연 동양인 청년에게 관심을 보였다.

이승훈보다 2초35 빠른 6분14초6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스번 크라머르는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를 보여준 이승훈이 나를 미치게 했다. 이승훈보다 레이스를 늦게 펼쳤다면 부담감 때문에 금메달을 못 땄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로 오랜만에 받아보는 찬사였다. 그는 중고교 시절 쇼트트랙 주니어, 시니어 대표를 거치며 쇼트트랙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꿈꿨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며 좌절했다. 결국 그해 7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꾼 그는 누구보다 뜨겁게 얼음판을 달렸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은 얼음판보다 차가웠다. 이승훈은 “종목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말들이 정말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그럴수록 그는 독하게 훈련에 임했다. 지난해 10월 전국빙상선수권대회 겸 월드컵 대표 선발전 5000m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올림픽 대표로 뽑힌 뒤에는 한국기록을 연거푸 갈아 치웠다.

혹시나 하는 기대에 은메달로 보답한 이승훈은 “코너워크와 체력적인 부분을 쇼트트랙에서 많이 배웠다. 기회가 된다면 쇼트트랙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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