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재작년 3월 한국에 왔다. 그해 가을 장기를 기증받은 사람과 준 사람이 함께 히말라야에 오르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기증자와 피기증자 모두 험한 산을 오를 수 있을 만큼 이식 수술 후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야거 씨는 이 과정에서 장기기증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유럽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장기기증을 설명해 준다. 기증 절차도 쉬워 일반화돼 있다.
야거 씨처럼 ‘한국에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고 등록한 외국인은 712명이나 된다.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 기증이 영향을 준 것일까. 지난해에만 299명이 신청했다. 지난해 뇌사한 30세의 한 외국인 남성은 신장, 간장, 췌장, 각막을 한국인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세상을 떠났다. 김 추기경의 선종 이후 노바티스는 전국적인 ‘장기기증 생명나눔 캠페인’을 벌여 1000여 명의 장기기증 신청을 받기도 했다.
과거에 비해 국내 장기기증 희망자도 많이 늘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유명 인사의 기증으로 반짝 관심을 받다가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김 추기경의 선종 이후 5월에 장기기증 신청을 한 사람은 3만2249명이었다. 그러나 8월 7076명, 11월 7347명 등 예년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2008년 초 세상을 떠난 권투선수 최요삼 씨의 장기기증 때도 비슷했다. 장기기증이 사회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지 못해서다.
희망했다가 나중에 취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본인이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고 약속해도 가족이 사후에 동의를 안 하면 못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가 가족 동의 없이도 장기를 기증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고치려 했다. 그러나 “아직 사회적 인식과 맞지 않는다”고 규제개혁위원회가 반대해 무산됐다.
노지현 교육복지부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