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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유스하우징’ 덕분에 자취방 걱정 끝

입력 | 2010-02-16 03:00:00

보증금 100만원 - 월세 8만원… 최대 4년간 저렴하게 거주
저소득층 자녀 등 우선 선발… “학교서 너무 멀어” 불만도




서울시와 SH공사가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지방 학생들을 위해 임대하는 자취방인 ‘유스하우징’. SH공사는 대학가 인근 21개 일반주택을 매입해 총 135개의 방을 분양했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유스하우징 모습. 이원주 기자

3월 한양대에 신입생으로 입학할 예정인 이모 씨(19·여). 고향인 대전을 떠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렜지만 학교 인근 자취방 시세가 예상 이상으로 높아 부담이 컸다. 대학생이 되면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고 생각했지만 한 달 50만 원 내외의 방세는 부모님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씨는 최근 이런 걱정을 덜었다. SH공사에서 추첨으로 선발한 ‘유스하우징’에 당첨된 것. 그 덕분에 이 씨는 보증금 100만 원, 한 달 8만 원 정도의 싼 월세로 최대 4년간 이곳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유스하우징에 당첨되지 못했다면 지금껏 싼 방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큰 걱정 없이 입학 전까지 필요한 공부를 하고 서울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학생용 저렴한 장기임대주택

‘유스하우징’은 서울시와 SH공사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의 아이디어를 대학가 자취방에 적용한 사업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대학생들이 최고 12만 원 이하의 싼 월세로 자취방을 구할 수 있도록 SH공사가 집을 직접 매입해 대학생들에게 분양한다. 한 번 입주하면 2년간 살 수 있고 원하면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설 연휴 직전인 11일 직접 둘러본 성북구 정릉동 유스하우징 중 한 곳은 일반 가정집 구조와 다를 바 없었다. 마루와 세탁기를 놓을 수 있는 세탁실,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과 샤워기를 갖춘 욕실이 딸려 있었다. 총면적이 48.5m²(14.6평)에 방은 모두 3개. 9.9m²로 가장 넓은 방에 살게 될 학생은 6만 원으로 이 집에서 가장 높은 월세다. 6m² 정도의 다른 두 방 월세는 각각 4만2000원, 3만9000원.

이날은 오전에 눈이 많이 오고 바람도 찼지만 문틈이나 창가에서도 외풍은 느껴지지 않았다. 창문은 모두 2중창이라 한기도 들지 않았다. 집마다 가스보일러를 설치해 필요한 만큼 난방을 하고 온수를 쓸 수 있도록 한 것도 기존의 자취방에 비해 나은 점이다. 다만 가스요금을 비롯한 전기·수도요금은 입주 학생들이 직접 내야 한다.

공사는 입주하기 전까지 모든 방에 책상과 의자를 무료로 넣어줄 예정이다. 매입 당시 가스레인지가 설치돼 있지 않던 곳에는 가스레인지도 설치했다. 다만 침구류는 위생 관리를 제대로 하기 어려워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방문한 집은 새로 지은 건물이기 때문에 시설이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나았다. 그러나 기존 주택을 매입한 경우도 필요한 부분은 모두 리모델링을 끝냈다는 것이 공사 측 설명이다. 시설이 낡아 쓰기 불편해질 경우 건물주인 SH공사가 비용을 부담해 수리한다.

○ 규정 안 지키면 경고장

신촌을 비롯한 대학 밀집가 주택을 매입하지 못해 교통이 다소 불편하다는 게 단점이다. 정릉동 유스하우징의 경우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다소 가파른 언덕을 3km가량 올라가야 했다. 대중교통은 골목 어귀까지 올라가는 마을버스 한 대. 해가 지면 으슥한 데다 고정 경비가 배치된 곳도 아니기 때문에 어두워진 후 집으로 돌아오는 여학생들이 무섭게 느낄 수도 있을 듯했다.

입주할 학생들이 지켜야 할 점도 있다. 혼숙은 절대금지. 유리창 등 기물을 파손할 경우도 변상해야 한다. 집 안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금지돼 있어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 등 이웃에 피해를 줄 경우 경고 공문을 받을 수 있다. 공사 전양수 임대팀 차장은 “경고가 몇 차례 쌓일 경우 퇴실 조치될 수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 첫해인 올해는 총 135개의 방을 내놓고 신청을 받아 대상자를 선발했다. 지방에 사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 가정이나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가 최우선 순위로 선발됐다. 사는 곳이 서울에서 멀수록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입주 포기자가 생길 경우 이미 신청한 사람 중 차점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다만 집이 비어 입주 신청을 다시 받아야 할 경우 시내 각 대학에 공고를 내고 입주자를 모집하므로 지방에서 온 학생들은 대학 알림판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시프트 콜센터 1600-3456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