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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속의 근대 100景]취미

입력 | 2010-02-16 03:00:00


《“현재의 조선사람처럼 취미 업는 생활을 하는 민족은 세계에 드물 것이올시다. 단순 무미하고 살풍경의 냉냉한 살님으로 그날그날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것이 일반 우리의 가뎡인가 함니다.…더욱히 가뎡에 오락이라던지 각 사람의 취미라고는 보잘 것이 엄슴니다.”―동아일보 1921년 4월 13일자》
“여가 즐겨야 온전한 삶”
낚시 독서 영화감상…
등산회 수영강습도 열어

1940년경 한강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강태공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의사 김기영 씨가 기고한 글이다. 그는 “다만 생존함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쾌락한 생활, 취미 있는 생활을 하는 게 온전한 의미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보면 당시엔 내세울 만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 별로 없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면서 취미를 갖는 사람도 늘었고, 취미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등산회를 조직해 함께 산에 오르거나 수영 강습회에서 수영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승마와 사진촬영을 취미로 삼는 사람도 생겼다.

1920년대 중반 영화감상을 즐기는 사람들은 “눈물을 짜는 비극”과 “가슴을 태우는 연애극”을 선호했다. 그러나 1920년대 후반에 이르면 영화감상의 경향이 바뀌었다. 당시 수입영화들을 분석한 동아일보 1927년 5월 10일자를 보면 몇 년 만에 양상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에 일으러서는 상당한 상식을 가진 영화팬들도 만허지고 일반의 취미도 밧귀여 련애극을 질기든 것도 발서 녯날이 되고 지금은 희활극 희극 문예극이 가장 만흔 환영을 밧게 되어….”

교통의 발달은 등산객의 증가를 불러왔다. 1921년 9월 14일자는 ‘등산열의 발흥(勃興)’이라는 제목 아래 “금강산은 근래 교통시설과 상사(相俟)하야 탐승의 객이 많게 되얏는대…특히 정기 자동차로(路)의 개선을 가한 후로 관광객의 왕래는 증가의 기세가 현저하며…”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취미를 확산시키는 데 앞장섰다. 1922년 8월에는 담양분국이 광주 무등산 탐승회를 주최했고, 1929년 8월에는 본사가 강원 원산에서 수영강습회를 열었다.

“본사 주최 뎨 일회 수영강습회는 명 이일부터 동양에도 유수한 턴연!의 해수욕장인 원산 송도원에서 열리게 되어 각 방면으로 벌서부터 심심한 흥미를 자아내고 잇든바어니와…조선의 삼면이 바다인만큼 우리가 물과 친하여야할 생활상에 절실한 필요를 고취시킨데 더욱 의의가 크다.”

낚시는 신문잡지에 좋은 사진거리였다. ‘어름 깨고 낙시’, ‘맑은 물에 낙시를 던지고’, ‘봄바람에 나붓기는 낙시배’, ‘한가한 낙시질, 작일 한강에서’ 같은 제목의 사진이 언론에 자주 소개됐다.

독서는 예로부터 변함없는 취미였지만 그 경향은 조금씩 변했다. 동아일보 1920년 5월 13일자는 일한서방(日韓書房)의 판매 경향을 분석해 소개했다.

“청년학생은 물론하고 중년 로년과 부녀자까지라도 새로운 지식을 만히 요구하는 동시에 외국서적을 만히 보게 되었다. 특별히 조선사람은 통속적 서적보다도 세계적 명저의 번역한 것을 만히 보는 편임으로 일본 현대 단행본 갓흔 것은 잘 팔니지 아니하고 세계적 문호가 지은 걸작을 만히 본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