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의 참상을 보고 국제사회는 복구와 재건을 위해 발 벗고 나섰는데 정부가 이에 동참하기로 한 결정은 기여외교 강화라는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정부는 1월 29일 파견한 정부 합동실사단의 현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무회의에서 파병안을 확정해 국회 동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파병 부대는 공병 위주의 250명 이내 규모로 구성하며 주둔지 방어를 위한 해병대와 의료병력도 포함한다.
정부가 신속히 평화유지군 파병을 결정한 것은 유엔의 요청 때문이다. 포르토프랭스를 비롯해 주요 지역은 아직도 치안은 물론 주민의 기본적인 생존 여건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우리 군은 아이티 정부 및 유엔 아이티 안정화군(MINUSTAH) 사령부와 협력해 아이티 재건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아프간 파병 결정에 이어 아이티 평화유지활동에 참여키로 한 것을 계기로 우리의 평화유지활동 체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신속하고 효율적인 평화재건 기여를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최근 유엔PKO 참여법이 통과됨으로써 유엔 주도 평화유지활동의 경우 좀 더 신속한 파병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유엔PKO 참여법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다국적군 활동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아프간 파병안은 세종시 등 국내 정치 현안에 밀리고 여야의 극심한 시각차로 국회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2월 임시국회에서도 파병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파병 일정의 지연이 불가피하다. 한국의 국제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법적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원활한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미 국방부가 최근 발표한 4개년국방검토보고서(QDR)는 21세기 국제안보의 핵심 위협요인을 다양하고 복합적인 하이브리드 위협으로 규정했다. 하이브리드 위협은 대규모 국가 대 국가 전쟁보다는 불특정 다차원 위협을 일컫는 말로서 전면전과 비정규전, 테러 및 범죄활동까지 전쟁 수단으로 포함하는 개념이다. 아프간이나 아이티처럼 취약하거나 실패한 국가를 국제사회가 방치할 경우 국제안보 위협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프간과 아이티 파병이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 가운데 이뤄져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