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16일 축구협회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거물들일수록 공개석상에서는 말을 아낀다. 그들의 말 한 마디가 여론의 향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16일 축구회관에서 있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모하메드 빈 함맘(61·카타르) 회장의 기자회견은 2022년 월드컵 유치를 희망하는 한국 입장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함맘은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과 함께 다정한 모습으로 참석해 “한국이 월드컵 유치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도모한다는 개념에 공감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에서 한국이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해야 할 당위성을 충분히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한국의 월드컵 유치에 상당히 유화적인 제스처를 던졌음은 분명하다. 더구나 함맘의 모국인 카타르 역시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신청한 상황에서 한때 ‘적’이었던 정몽준 부회장과 함께 공개석상에 섰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함맘은 작년 5월 아시아지역 FIFA 집행위원 선거 과정에서 정 부회장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함맘은 “조중연 회장의 머리를 자르겠다(cut the head off)”는 망언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정 부회장도 ”함맘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범죄 집단의 두목 같다”며 맞받아쳤다.
그러나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법. 2022년 월드컵 유치와 차기 FIFA 회장 대권을 앞두고 둘은 극적으로 화해를 한 모양새다. 과거 정 부회장과의 껄끄러웠던 관계에 대해 함맘은 “사람이라 의견이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 우리는 공평하고도 제대로 된 경쟁을 하고 있고 또한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과거를 넘어서 미래로 나아가자’는 과거 정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아주 좋은 이야기다”고 맞장구까지 쳤다. 정 부회장 역시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며 화답했다.
둘은 ‘윈-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