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순만 봐도 수천년 전 기온 보여”한치 앞도 예측 못하는 탐사등반-수중장비 갖춰 기초조사이상기후의 역사적 영향 등인문학 활용 가능 자료도 축적
한국동굴연구소 탐사팀이 2007년 충북 단양군 온달동굴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수로를 발견해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동굴연구소
동굴 속에는 수중 탐사를 해야 하는 곳도 많다. 10일 강원 춘천시 한국동굴연구소에서 만난 이 연구소의 박재석 수중탐사팀장은 “난파선 수중 탐사는 진행 통로를 예측하는 게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자연이 만들어 놓은 동굴에서 섣부른 예측은 사고로 이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동굴은 인간의 탐험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람의 몸만 겨우 들어가거나 등산용 줄을 타고 오르내려야 하는 곳도 많다. 관광용 공간은 예외적인 경우다.
전국 1000여 개 동굴 중 600∼700여 개가 강원도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 영월의 고씨굴이나 삼척의 환선굴, 대금굴 등이 대표적이다. 충북 단양의 동굴에서는 선사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 뼈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 전국에 분포된 동굴의 정확한 지도도 없을 만큼 국내 동굴 연구는 열악하다.
동굴에 대한 정확한 조사도 시급하다. 삼척 환선굴의 경우 길이가 6.2km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동굴연구소가 수중 탐사한 결과 8km로 늘었다. 관광객들이 모노레일을 타고 들어가는 대금굴은 아직 총길이가 얼마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 연구소는 동굴에 대한 기초 자료용으로 현재 전국 동굴의 학술조사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동굴 지도뿐만 아니라 종유석과 석순, 석화 같은 생성물과 거미, 새우, 노래기 등 동굴 생물 자료도 실린다. 연구소의 이종희 조사연구실장은 “물리적인 특성에 대한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동굴에 관련된 전설과 무속 신앙까지 조사할 수 있다”며 “그래야만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동굴연구소는 인공시설물로 동굴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굴의 인문적 자연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동굴 관광 방안도 개발하고 있다. 김련 부소장은 “연간 기온 변화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 동굴의 자연 상태를 관찰해 동굴이 수용할 수 있는 관광객 수를 산출하고 있다”며 “이르면 올해 체험형 동굴관광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