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절도전과 10범 장모 씨(39)는 두 달 뒤인 11월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서 범행 장소를 물색하던 중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이모 군(9)이 눈에 띄었다. 이 군 집에 어른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장 씨는 “컴퓨터 수리공인데 불러서 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는 이 군에게 물을 가져다 달라고 한 뒤 안방 서랍을 뒤졌다. 이 군 몰래 장 씨는 서랍 속에 있던 현금 140여만 원과 귀금속 8점 등 55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나왔다. 그는 곧바로 서울 종로의 한 귀금속 상점을 찾아가 훔친 반지와 목걸이 등을 팔았다.
귀금속 상가에 장물조사를 나간 경찰은 이상한 반지를 발견했다. 금반지에 빨간 보석이 박힌 경찰종합학교 졸업기념 반지였다. 지난해 11월 장 씨가 도둑질을 하러 들어간 집이 현직 해양경찰관인 이모 경감(36)의 집이었던 것이다. 좀처럼 내다 팔지 않는 기념반지가 팔린 것을 보고 장물일 수도 있겠다고 판단한 경찰은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귀금속 상가에 남긴 장 씨의 연락처를 찾아 통화내용을 분석한 뒤 이번 설 연휴에 친형제처럼 지내던 지인을 찾아가던 장 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16일 장 씨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