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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를 읽고]경재복/인구 많은 수도권, 지진대비도 철저해야

입력 | 2010-02-17 03:00:00


1518년(중종 13년) 음력 5월 15일 초저녁 우레 같은 소리와 진동을 동반한 큰 지진이 서울에서 발생한다. 도성 안에서 사람과 말이 놀라 쓰러지고 성과 관청 건물, 민가가 무너져 내렸으며 남녀노소 모두 압사를 면하고자 뛰어나갔다. 지진은 밤새 2, 3차례 더 일어났는데 전국 팔도에서 크게 감지됐다.

이 지진의 크기는 규모 6.0∼6.5로 판단된다. 동아일보 10일자 A12면에 나온 대로 경기 시흥 부근에서 9일 발생한 지진은 규모 3.0의 소규모였지만 인구의 40%와 고층 아파트, 건물이 밀집한 서울 인접 수도권에서 발생해 많은 사람이 불안하게 느꼈다.

스코틀랜드의 지질학자 제임스 허턴은 “현재는 과거를 푸는 열쇠”라고 말했다. 현재의 지진이나 화산과 같은 자연 현상은 과거나 현재나 비슷한 속도와 과정으로 일어난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1518년에 발생한 규모 6.0 정도의 지진이 서울과 수도권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언제 발생할까”라는 점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도 장단기 지진예측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분명한 점은 큰 지진일수록 재래주기(지진 발생 후 다시 발생하는 데 걸리는 시간)가 길어 시간이 흐를수록 앞으로 다시 발생할 확률이 점점 더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큰 지진이 발생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건축물이나 사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비슷한 크기의 지진이 발생해도 사상자가 1995년 일본 고베는 6500여 명이었지만 아이티에서는 15만여 명이었다는 사실은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매우 중요함을 알려 준다.

경재복 한국교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