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망 공개 안해… 국장 예우 관행 안지켜“재직 21년 경제난 해결못해 김정일 눈밖에 난듯”
통일부는 17일 배포한 2010년판 ‘북한의 주요인물’을 통해 한 비서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자세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노환이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1923년생인 한 비서는 2004년 8월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 당국이 그의 사망이나 국가장의위원회 구성 사실 등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은 당 비서 같은 고위직이 사망할 경우 국가장의위원회를 구성해 국장을 치르고 이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외부에 알려왔다. 이에 대해선 한 비서가 지난해 제12기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에서 대의원 자격을 내놓으면서 당 비서 직에서도 이미 물러나 전직(前職)의 신분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비서의 취임 이듬해인 1989년부터 옛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되면서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라는 경제위기를 겪었다. 한 비서는 2002년 제한적인 경제개혁 조치인 7·1경제관리개선조치를 단행했지만 경제를 되살리지 못했다. 그가 2004년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뒤 북한은 2005년 하반기부터 다시 보수적인 경제정책으로 돌아섰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