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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아이 대신 발레단 애지중지 키웠죠”

입력 | 2010-02-18 03:00:00

서울발레시어터 창단 15주년 맞는 김인희 - 제임스 전 씨 부부




 서울발레시어터가 19일 창단 15주년을 맞는다. 16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만난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오른쪽)과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 씨 부부는 “창단 후 1998년 외환위기를 겪고 2000년 예술의 전당 입주가 무산되는 등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며 발레단을 운영해와 더욱 뿌듯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아이를 가지는 대신 발레단을 만들었다.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이 고등학교 입학할 나이가 됐다. 부모는 “풍요롭게 키웠다면 오히려 이런 기분을 몰랐을 수도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키우다 보니 더 애정이 가고 뿌듯하다”고 했다. 19일로 창단 15주년을 맞는 서울발레시어터(SBT)의 김인희 단장과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 씨(한국체육대 교수) 부부의 말이다. 이들을 16일 오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만났다.》

15년이 지났지만 이들 부부는 발레단에 정성을 쏟고 있다. 전 씨는 이날 국립발레단에서 ‘코펠리아’ 공연에 관한 회의를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전 씨가 2007년 처음 선보인 가족발레 ‘코펠리아’는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발레 공연으로 4월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은 이 작품에 로열티를 지불한다. 국립발레단이 국내 안무가의 전막 발레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단장은 “올해는 후원 모임인 ‘아이 러브 SBT’를 좀 더 확대해 ‘SBT 서포터스’를 꾸려볼 생각으로 이리저리 뛰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재단의 후원을 받지 않는 민간단체로서의 자유로움과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방책이다. 많을 때는 한 해 80회에 이르렀던 공연 횟수가 지난해 금융위기로 약 40회에 그쳤다. 하지만 국립발레단 10분의 1 수준의 예산(한 해 10억∼12억 원)으로 이뤄낸 ‘성과’이기도 하다.

7월의 15주년 기념공연인 모던발레 갈라와 8월의 ‘2010 모던 프로젝트’는 서울발레시어터의 개성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연이다. 서울발레시어터는 고전발레 위주였단 창단 당시부터 다양한 모던발레 작품을 선보여 왔다.

전 씨는 “머리 크고 몸 안 예뻐도 춤만 잘추면 된다. 개성과 창의성이 중요한 게 모던 발레”라며 “발레학교도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고전발레로 외국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98년 초연하며 화제를 모았던 록 발레 ‘현존’이나 해외로 수출된 ‘Line of Life’ ‘Inner Moves’ ‘Variations for 12’ 등은 이 같은 전 씨의 생각과 목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히 ‘2010 모던 프로젝트’는 안성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전 씨가 함께 무대에 올리는 공연이다. 외부 안무가와 서울발레시어터를 연결해주는 작업이기도 한 것. 전 씨는 “요리학원 나온다고 다 요리사가 아니듯 좋은 안무가가 되기 위해서는 프로 발레단과 작업해보는 경험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안무가 지원이 일회성에 그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제 5년 뒤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발레시어터가 20주년, 바로 성인이 되는 해에 발레단을 떠날 계획이다. “그 뒤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열 생각”이라는 답이 이어졌다.

그런 만큼 걱정은 더 많아졌다. 떠나기 전에 후배들에게 안정된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김 단장은 “직장으로서의 무용단체가 적다 보니 요즘 무용 전공자가 자꾸 줄어들고 있다”며 “서울발레시어터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 “15주년을 맞아 ‘깜짝 이벤트’를 한다”고 귀띔했다. 10주년 때의 ‘작은 기다림’ 공연처럼 김 단장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 “그럼 살을 10kg은 빼야 한다”는 김 단장에게 전 씨는 “티켓 팔려면 김 단장이 무대에 올라야지”라고 응수했다. 늘 자식을 걱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평범한 부모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