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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편지/권태면]은퇴한 미국인들이 이민가는 나라는?

입력 | 2010-02-18 03:00:00


코스타리카가 행복지수 세계 1위라는 보도 때문에 많은 사람이 미국을 거쳐 비행기로 스무 시간이나 걸리는 이곳까지 다녀갔다. 여러 방송사의 특집 프로그램이 국내에서 방영됐다.

행복의 기준이란 매우 주관적일 텐데도 오래전부터 많은 기관이 행복의 객관적인 여건을 조사해서 발표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HDI)가 대표적인데 행복을 돈으로만 잴 수는 없다면서 소득수준 외에 문자 해독률과 평균수명 등 기준요소를 늘렸다. 이에 따르면 선진국이 상위권이고 한국은 30위, 코스타리카는 50위쯤이다.

그런데 얼마 전 영국의 신경제재단이라는 기관이 소득수준은 행복과 전혀 관계없다면서 아예 빼버리고 평균수명, 삶의 만족도, 자연환경의 3가지 요소만을 기준으로 행복지수를 발표했다. 1위 코스타리카 외에 5위 베트남을 제외하고는 10위까지를 중남미 국가가 석권했다. 개발하기 위해 자연환경에 손을 많이 댈수록, 발달한 문명으로 바쁘게 살수록 점수를 깎아 먹으니 선진국은 모두 하위권이다. 한국도 68위에 그쳤다.

행복 1등 국가인 코스타리카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특히 서구 선진국의 최고급 문명과 문화에 익숙한 사람은 한국의 1960년대와 매우 흡사한 도시와 농촌의 모습에 실망을 금하지 못한다. 동양 사람은 특히 눈에 띄어 가끔 지갑이나 물건을 도둑맞는다. 어떤 취재진은 집마다 도둑이 걱정되어 철창을 둘러친 사회가 어떻게 행복 1등인지 의아해했다.

전형적인 후진국처럼 도로도 엉망이고 건물은 흉측한데도 서양인은 그리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달 7일에는 아이들과 이곳을 여행한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논객 니컬러스 크리스토프가 이 나라가 행복 1등이라는 건 우연이 아니라는 칼럼을 썼다. 하늘이 준 자연환경을 지키는 노력, 1948년에 군대를 폐지하여 국방에 들어갈 돈을 모두 교육에 투자한 점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불안정한 남미 나라 중 경제발전, 의료서비스, 남녀평등, 분규 없는 사회 등 모든 것이 교육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미국인이 이민을 가는 나라는 매우 드문데 현재 이 나라에 사는 미국인 은퇴자가 10만 명이고 25년 후에는 코스타리카 해변이 미국인으로 가득 찰 것이라면서 궁금하면 한번 가서 눈으로 직접 보라고 썼다. 그러자 이 나라의 어느 언론인은 여러 가지 복잡한 요소를 생각할 필요 없이 적은 돈으로 만족스럽게 장수하는 것이 행복이라면서 자기들은 이민을 간 사람이 없으며 외국 유학을 한 모든 사람도 예외 없이 고향에 돌아와 사는 걸 보면 행복한 나라가 맞는 모양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 작은 나라에까지 이민을 온 한국인은 500여 명이다.

코스타리카는 남한의 절반만 한 국토가 모두 국립공원이다시피 자연 그대로다. 별명이 중남미의 스위스라거나 중미의 진주인데 금수강산이라는 단어는 이런 곳에 딱 들어맞는 듯하다. 또 영화 ‘쥬라기공원’을 촬영할 정도로 밀림이고 동물의 천국이라 미국과 유럽인에게는 유명한 생태관광 국가요 신혼여행지이다.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 언제부턴가 외국의 해수욕장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일이 유행이 되어 결혼의 첫날을 외국의 물속에서 지내는 듯한데 외국인처럼 이국의 생소한 자연 속에서 둘이서만 오붓이 미래의 대화를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권태면 주코스타리카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