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22가 반상에서 가장 큰 끝내기. 하지만 흑과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흑 23으로 상변 백을 압박하면서 실리를 버는 흑. 흑의 종반 운영에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백 24로 우상 귀 백말을 가일수해야 하는데 흑은 자연스럽게 25로 중앙으로 머리를 내민다. 그나마 백이 희망을 걸어볼 수 있었던 중앙 두터움을 지우고 있는 것.
흑은 공연히 힘을 쓸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승리의 종착역에 닿을 수 있다. 백이 괴로운 건 이 흐름을 뒤엎을 만한 ‘꺼리’가 없다는 점이다.
흑 139는 백이 끼워 끊는 것을 방비하는 수. 흑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게 두고 있다.
백 42로 연결하는 강 6단의 심정은 쓰라리다. 참고도 백 1처럼 중앙을 보강하면 좋으련만 흑 2의 치중이 아프다. 이때 백이 뒤늦게 연결하면 상변 집이 많이 부서지고 백 3으로 버티면 흑 8까지 더 큰 손해를 본다. 흑 47을 본 강 6단은 힘없이 돌을 던진다. 초반 내내 불리한 형세에 시달려오던 그는 미련을 버려 홀가분한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