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30일 동아일보가 서울시교육청의 인사 비리 문제를 지적하자 한 시교육청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인사 비리가 단 한 건이라도 나오면 내 손에 장을 지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의 인사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이 관계자가 비리에 연루됐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관계자뿐 아니라 소환 예정자에 오른 고위 관계자도 여럿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부패 불감증을 개개인의 자질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시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본청 국장, 교육장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부끄러운 기색을 보이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시교육청 부조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중에는 이런 내용이 별로 없다고 한다. 기자에게는 스스럼없이 털어놓을 수 있지만 공식 채널을 이용했다가는 스스로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비리 연루자로 지목되고 있는 한 간부는 사석에서 “아랫선에서 알아서 입을 닫을 것”이라고 장담했다고 한다.
맹자는 사람의 도리를 언급하면서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수오지심은 자기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비리에 ‘끌려 다닌’ 이들에게 수오지심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남의 잘못을 아는 것이 있다면 입을 열고 자기가 옳지 못했다면 인정해야 한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했다. 내부고발자 보호도 필요하지만 스스로 용기를 내는 모습부터 확인하고 싶다.
황규인 교육복지부 kini@donga.com